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비대위원을 임명하고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과는 관계없이 ‘2차 비대위’ 출범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법원 판단을 지켜본 뒤 비대위를 꾸리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지도부 공백 상태를 하루빨리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비공개회의를 가진 후 기자들에게 “새 비대위 구성은 서둘러서 예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법원 판단을 보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게 오히려 안정적이지 않으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면서도 “법원 판단이 언제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지도부) 공백 상태로 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지난 8일 법원에 정 위원장 직무 정지 및 전국위원회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네 번째 가처분 신청이다. 서울남부지법은 14일에 4차 가처분 신청과 ‘주호영 비대위’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의신청 사건까지 한꺼번에 심문할 예정이다. 다만 사안에 대한 결정을 언제 내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비대위 출범에 새 원내대표 선출 일정이 맞물려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9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주말을 고려하면 13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14일에는 원내대표 선거를 공고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주호영 비대위’에 참여했던 비대위원들은 배제한, 새 비대위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당연직 비대위원 3명을 포함해 9~10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명단을 보게 되면 나름대로 지역 안배도 신경 쓰고 통합의 외양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두 가지 일은 동시에 못하는 게 제 스타일”이라며 국회부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금 국면은 그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편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중인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추석 내내 고민해서 아마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 연기해달라고 하겠지요. 에휴, 뭘 생각해도 그 이하”라고 적었다. 당 지도부가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이다.
손재호 강보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