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 코로나에서 하나님께로 관심 돌려야”

입력 2022-09-14 03:05
대구 반야월교회 성도들이 지난 3월 생필품을 이웃에게 전달하는 ‘배달왔어요’ 발대식을 하고 있다. 반야월교회 제공

한국 기독교 태동기에 설립된 대구 반야월교회(이승희 목사)는 지역 중심 교회로 든든히 서 있다. 1905년 4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안의와(미국명 제임스 E 아담스)가 초가집에 세운 작은 교회가 그 출발이었다. 94년 이승희(63) 목사 부임 이후 반야월교회는 예배 중심 목회, 성도들의 기도와 전도, 신선한 프로그램 등으로 10배 이상 부흥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 받았다.

이 목사는 1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세상엔 위기가 기회란 말이 있다. 성경엔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이란 말씀이 있다. 매사에 코로나를 핑계 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코로나가 우리에게 기회가 되려면 우리의 관심을 코로나에서 다시 하나님께로 돌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하나님에게 집중할 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말씀의 회복이다. 그는 “교회 안에 말씀이 살아나고, 은혜가 넘치면 예배가 회복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회복의 은혜를 주시면 한국교회는 위기를 넘어 부흥을 경험할 것”이라면서 “성도들을 다시 현장으로 이끄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 힘은 오직 복음에서 나온다. 나는 주일 강단에서 어느 때보다 더 힘주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강력하게 선포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이미지 개선이다. 이 목사는 “코로나 초기 오해로 교회가 마치 코로나 전파의 온상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됐다. 오해가 일부 불식됐지만 여전히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 같지 않다. 교회마다 전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존 의 직접 전도보다는 우회 전도를 해야 한다. 지역 사회와 주민을 위한 일에 교회가 조용히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면 다시 전도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반야월교회는 이 우회 전도의 일환으로 ‘배달왔어요’란 사역을 하고 있다. 그는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100가정을 찾아냈다. 매주 우유 식빵 음료수 시리얼 등 생필품을 비대면으로 각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며 “요즘 ‘교회’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을 자연스럽게 돕고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비용은 ‘1% 행복나눔운동’으로 조달하고 있다. 1% 행복나눔은 개인이나 사업주가 수입이나 수익의 1%를 매월 혹은 수시로 헌금해 이웃과 나누는 일이다. 반야월교회는 최근 이 운동을 통해 농어촌 100개 교회 목회자 생활비와 자녀장학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사역 이름은 ‘콩한조각 나눔’이었다.

설교하는 이승희 담임 목사. 반야월교회 제공

올해 반야월교회 표어는 ‘다시 새롭게! 다시 일어나라!’다. 이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하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국교회는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의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다”며 “교회 지도자들과 고민을 나누며 교회가 ‘다시 새롭게 되어야 한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표어를 정했다”고 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며 달렸을까. 그는 “코로나로 변한 세상을 향해 새롭게 나아갈 때 교회는 희망을 꿈꿀 수 있다. 난 이걸 교회의 새 판 짜기라고 부른다”며 “변화된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을 덧입고 사는 삶이 중요하다. 하이브리드(Hybrid)적 대처다. 뉴노멀(New normal)에 대한 발 빠른 대처와 함께 포기할 수 없는 노멀(Normal)을 지키며 사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야월교회가 지난 팬데믹 기간 서두른 것은 구조 혁신과 사역 방향 전환이었다. 이 목사는 “대면 활동 중심의 교회 기구를 비대면 활동 중심의 기구로 재편했다. 예를 들면 일대일 접촉을 통한 전도는 비대면으로 교회를 알리고 복음을 전하는 간접적 방법들로 전환해야 했다”면서 “우리 교회는 불필요한 기구는 과감하게 정리하여 코로나 시대에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기구로 재편성했다”고 소개했다.

또 미디어를 강화했다. 그는 “교회 내 영상 스튜디오(P-Studio)를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대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교회 내부 분위기 쇄신을 위해 탁상 사역에서 현장 사역으로 선회했다. 환경도 바꿨다. 오랜 코로나 기간 지친 성도들이 교회에 다시 출석할 때, 산뜻한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어린이들이 지난 5월 대구 동구 반야월교회에서 열린 ‘신난데이’ 행사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반야월교회 제공

목회에서 매우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이 목사는 반야월교회에 30대 후반에 부임해 30년 가까이 담임했다. 부임 당시 어린이를 포함해 500명 정도가 출석하는 교회였다. 그는 “목회 환경이 만만찮았지만, 주님이 보내주신 것이라 믿고 최선을 다했다. 성도들에게 예배를 강조했고 성도들이 행복한 목회를 하려고 애썼다”며 “28년 동안 하나님께서 내게 마르지 않는 목회의 열정을 불어 넣어주셨다. 교회도 커졌고 저 자신도 목회자로서 더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동안 반야월교회 성도들이 매일 감사하고 기도하도록 이끌었다. 이 목사는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교회는 ‘날감운동’(날마다 감사하는 운동)과 ‘115기도운동’(하루 한 번 5분 이상 기도)을 한다”며 “날마다 받은 은혜를 날감노트에 기록해 한 해를 마칠 때 하나님이 베푸신 역사를 확인한다. 감사와 기도만이 힘든 시기를 이기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반야월교회는 115기도운동뿐만 아니라 ‘온맘자기’(모든 어머니들이 마음을 다하여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 기도모임 등을 통해 기도가 성도들의 삶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금 성도들이 정말 잘 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드러나야 하고, 교회 공동체가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가 예수의 사람으로 살 때 종말의 시대에 소망이 있다”고 했다.

반야월교회는 ‘2030 프라미스 프로젝트’(Promise Project)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목사는 “앞으로 교회는 젊은세대와 노인세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교회는 프라미스 스쿨을 설립해 다음세대를 신앙적 세계관으로 양육하고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 리더로 키우려 한다. 또 프라미스 클럽을 만들어 신앙 좋은 선배와 청년들이 멘토십(mentorship)을 형성해 비전을 함께 발견하고 장래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프라미스 클럽은 일종의 장학 프로그램이다.

반야월교회 내부 전경. 반야월교회 제공

이어 “프라미스 빌리지는 영적 훈련원이다. 영과 육, 쉼과 돌봄, 현재와 미래를 누리는 삶의 수원지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말씀 공부와 기도를 하는 기도와 묵상의 집, 쉼과 여유의 집, 요양과 복지의 집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반야월교회의 미래 설계도다. 반야월교회는 2030년까지 세 가지 영역의 프로젝트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

이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제103회 총회장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역임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내가 총회장이 된 2018년 총회 주제는 ‘변화하라’였다. 이유는 총회가 변화되면 교회가 변화되고, 교회가 변화되면 사회가 변화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한국교회가 변화되면 분명 사회가 변화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변화에는 고통이 동반되고 시간이 투자되고 기다림이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는 주저주저한다. 하지만 이미 한국교회는 변화의 후발 주자가 됐다. 과거에는 세상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역전돼 세상을 따라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수하고, 변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변환을 시도하면 교회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다시 세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 기후 위기, 전쟁과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바랐다. 이 목사는 “세계는 기근과 폭염, 물난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치적 갈등과 대립, 당리당략으로 싸우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강퍅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 거룩한 성도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그들에게 희망의 불빛,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다”며 “고개 숙인 그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들고 비춰줄 사람은 오직 성도들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권과 평등을 강조해온 이 목사는 2019년 마틴루터킹 특별상을 수상했고 캄보디아 빈민을 도운 공로로 캄보디아 국왕 훈장을 받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