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공여자인 직장인 A씨(34)는 12일 “사회적으로 장기 공여가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은데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는 지난해 7월 장인에게 신장 한쪽을 떼어줬다. 장인의 신장 기능이 당뇨 합병증 탓에 급격히 나빠진 데다가 복막 투석도 잘 맞지 않아서였다. “이식을 서두르지 않으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곤 1주 만에 기증을 결심했다.
장인은 건강을 되찾았지만, A씨의 삶은 꽤 달라졌다. 하루 4시간만 자도 멀쩡했던 몸은 이제 10시간을 자도 피곤하고, 한 번에 10개 넘게 했던 턱걸이는 1개도 못 하게 됐다.
장기 기증 전후로 몸에 변화를 겪는 일이 A씨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20년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최진용 한양대 명지병원 외과 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장이나 간을 기증한 생체 공여자에게서 만성 신·간 부전의 위험이 확인됐다.
그러나 관련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기증 후 1년간 정기 검진 진료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상한액이 있는 데다 가족 등에 의한 기증은 여기에서도 제외된다. 아무 조건 없이 불특정인에게 기증하는 ‘순수 기증’만 해당 되는데, 정작 국내 순수기증은 2019년 1건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긴 상태다.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와 공여자를 아우르는 통합적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기증 전 단계의 고민은 물론이고 막상 기증한 뒤에 수혜자와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우울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모친에게 신장을 공여한 30대 후반 남성 B씨는 “가족끼리도 얘기를 꺼내기 애매한 주제”라며 “주변의 몇몇 공여자들끼리는 일단 수술을 마치면 ‘찬밥 신세’라는 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공여자들은 해마다 늘어 가는 장기 이식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뇌사·사후 기증만으로는 당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0년 전체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5879건 중 생존 시 기증이 3935건으로 약 67%를 차지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뇌사 기증을 전담 관리하듯 생체 공여도 별도 기관을 통해 심도있게 관리·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는 “전문 기관이 생기면 기증 희망자 검사 비용 지원이나 사후 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