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동금리 비중 커지는데 안심전환대출 생색만 내나

입력 2022-09-13 04:03
세계 각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시내 시중 은행에 대출관련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7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8.4%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커졌다. 뉴시스

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지난 7월 기준 78.4%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3조4455억원이 늘어난다.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의 대출 부실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정부가 위험을 경고하고 고정금리로의 대환(갈아타기)을 유도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여전히 신규 대출의 82%는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있다. 격차가 최근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4%포인트 더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이 오는 15일부터 시행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시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야 신청할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의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은 4억9703만원이고 서울로 한정하면 9억2127만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대부분 지원 대상에 제외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서민용 정책으로는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뛰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심해지는 동안 은행의 예대 금리차는 2.4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 금리차는 2.40%포인트로 전 분기보다 0.08%포인트 늘었다. 예금금리는 1.17%, 대출금리는 3.57%로 대출금리의 상승폭이 더 컸다. 금리 결정에 시장원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금리 변동으로 영향을 받는 계층이 넓다. 금융기관이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해줄 공적기능도 맡을 필요가 있다. 과도한 대출과 고금리에 신음하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