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대신 유아인, 송혜교 대신 로제…. 패션·화장품업계에 모델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간판 모델과 작별하고 더 젊은 얼굴을 앞세운다. 기존 소비자뿐만 아니라 새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까지 잡는다는 전략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새로운 브랜드 모델로 배우 유아인(왼쪽 사진)을 발탁했다고 12일 밝혔다. 네파는 지난 2월에 배우 전지현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8년간 ‘네파=전지현’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런 네파가 전지현 대신 유아인을 내세운 건 젊어진 소비자층에 맞춰 리브랜딩에 나서기 위해서다. 아웃도어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20~30대 ‘산린이(등산과 어린이의 합성어)’가 대거 유입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내년에 출시 50주년을 맞는 코오롱스포츠는 2020년부터 함께한 배우 공효진과 계약을 끝냈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부터 배우 김태리를 모델로 한다. 아이더는 10대인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모델로 선정하고 패션성을 강화한 ‘요즘 아웃도어’를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 간판 모델도 달라졌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배우 송혜교 대신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오른쪽 사진)를 모델로 발탁했다. 1997년 출시 이후 전속모델을 쓰지 않던 설화수는 2018년 중국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류스타 송혜교를 선택했었다. 중국 시장에서 코로나19와 애국소비 등으로 부진에 빠지자 블랙핑크를 앞세워 북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라네즈,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이 선전하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지난 1일에는 1681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기도 했다.
‘글로벌 셀럽’을 발탁한 브랜드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타임’은 내년 론칭 30주년을 앞두고 미국 패션모델 카이아 조던 거버를 맞아들였다. 그는 1980년대 말 최고 모델이었던 신디 크로퍼드의 딸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38만명에 달한다. 한섬 관계자는 “카이아 조던 거버는 글로벌 트렌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에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