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할인쿠폰 늘린다지만… 노년층엔 그림의 떡

입력 2022-09-13 04:06
지난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나모(58)씨는 제로페이앱을 통해 ‘농할상품권’을 샀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번번이 거절당했다. 판매 상인이 정작 결제 방법을 모르거나 바쁘다며 현금으로 줄 수 없겠느냐는 답변을 듣기 일쑤였다. 나씨는 12일 “스마트폰으로 상품권을 사는 방법이 헷갈려 애들한테 물어 겨우 샀는데, 쓰는 게 더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전통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걸 상인들이 싫어하는 눈치라 그냥 환불하는 편을 택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물가 부담 완화 정책이 디지털 격차가 큰 장·노년층이 접근하기엔 복잡하고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할인쿠폰을 사려면 ‘제로페이’ 앱을 받아 충전 계좌를 연결해야 한다.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찾으려면 ‘지맵’ 앱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번거롭다.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를 받는 상점도 많지 않다.


지난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합치면 1523억원어치의 농축산물 할인쿠폰이 발행됐는데, 이중 대형마트가 908억원(59.6%)으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몰은 234억원(15.4%), 중소마트와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경로는 381억원(25.0%)이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발행 규모를 1690억원으로 증액했다.

알뜰교통카드도 사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알뜰교통카드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카드사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포함하면 대중교통비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지만 사용 방법은 복잡하다. 알뜰교통카드를 쓰려면 먼저 ‘알뜰교통카드’ 앱을 받아야 한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받거나 티머니페이, 모바일캐시비, 원패스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선불형 교통카드의 경우 충전을 미리 해둬야 하는데, 편의점이나 지하철역 등에서 충전하면 수수료가 들지 않지만 온라인으로 충전하려면 2~1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모바일캐시비 앱 사용자가 수수료를 아끼려면 OK캐시백 앱을 또 다운받은 뒤 포인트를 충전하고 이 포인트로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한다. 복잡한 사용법 탓에 연령대별 알뜰교통카드 사용률은 20·30대(75.9%) 비중이 가장 컸다. 정부는 내년 알뜰교통카드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24억원 늘린 290억원으로 잡았지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세종=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