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김용걸 부부 “기회되면 또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요”

입력 2022-09-13 04:04
국립무용단 김미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용걸 교수 부부가 지난 6일 국립극장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49살 동갑인 두 사람은 각각 한국무용과 발레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군림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국립무용단 간판스타 김미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김용걸. 둘은 한국 무용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49살 동갑인 두 사람은 각각 한국무용과 발레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군림했다. 아내 김미애가 1997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이후 25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남편 김용걸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아시아 발레리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하다가 2009년 귀국한 이후에는 안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장르가 달라서 함께 춤춘 무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2006년 정동극장 아트프론티어 시리즈의 김미애 편에 김용걸이 특별 출연한 뒤 2012년 김용걸 안무작 ‘비애모’ 공연에선 남녀 주역으로 함께 춤을 췄다. 그리고 2019년 제주에서 열린 무용인한마음축제와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의 아티스트 인사이트 시리즈의 ‘발레리노 김용걸&한국무용가 김미애’ 편에서 공동 안무 및 출연한 ‘볼레로’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4번의 무대에서 3개의 작품을 선보였던 부부가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 ‘무용가 김미애-여[女]음’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은 시댄스가 올해 25주년을 맞아 기념 특집인 ‘춤에게 바치는 춤들’에서 선보이는 5편 가운데 하나다. 김용걸은 이번엔 연출가로서 아내와 함께한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6일 국립극장에서 두 사람을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공연은 저 자신을 오롯이 보여주는 무대이니만큼 제가 생각하는 한국춤의 본질 그리고 춤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고 합니다.”(김미애)

김미애는 이번 무대에서 11년째 사사하고 있는 서울교방 김경란류의 춤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교방은 전통 춤꾼들의 공동체이며, 김경란 대표는 진주권번 출신의 마지막 예기(藝妓)였던 고(故) 김수악 명인의 예맥을 이어받았다.

“2008~2009년 1년간 국립무용단을 휴직하고 남편이 있던 파리에 갔었어요. 당시 내가 왜 춤을 추는지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등 슬럼프였습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한국춤을 춰 달라는 제안을 받곤 했지만 제가 출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저는 한국춤이 아니라 국립무용단 작품을 해온 거였으니까요. 그때 제가 한국춤에 대해 고민을 정말 안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귀국 후 우리 춤의 뿌리를 찾고 싶어서 김경란 선생님께 갔습니다.”(김미애)

김경란류 살풀이 등 5개의 레퍼토리로 구성되는 이번 시댄스 공연은 전통적인 악사들 외에 피아노, 카운터테너의 음악이 나오는 등 독특하게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김미애가 출연했던 어떤 공연보다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으로 영상도 비중 있게 활용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용걸이 직접 휴대전화로 찍은 다양한 영상과 함께 최근 삼성문화재단 잡지가 김미애 인터뷰를 하면서 찍은 메이킹 영상 등이 삽입된다.

“아내는 제가 찍은 영상을 보고는 걱정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민낯을 공개하는 게 예술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관객들이 아내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 예술가로서 더 좋아하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김용걸)

이번 공연은 김용걸이 다리 수술을 받은 직후라 출연은 하지 않지만, 부부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래오래 무대에 서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