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에 띄우는 ‘영혼 구조선’… 실패·좌절 겪는 이들 향한 무한사랑

입력 2022-09-13 18:08
임호성 목사가 지난 겨울 쪽방촌에 사는 성도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민족사랑교회 제공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언덕에 ‘민족사랑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동자동에 사는 쪽방촌을 비롯하여 서울역과 용산역의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과 생필품지원 등 사역을 펼치고 있다. 민족사랑교회는 고 유수영 목사가 20여년 사역을 펼쳐오다가 5년 전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이어 임호성 목사(62)가 맡아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 임 목사는 13년 전부터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노숙인들 17명과 같이 살면서 ‘라파 공동체’를 만들어 사역을 해왔었다. 임 목사는 용산역과 서울역 일대에서 고 유수영 목사와도 함께 노숙인 사역을 펼쳐왔었는데, 유 목사가 소천하자 동자동 쪽방촌으로 거처를 옮겨 민족사랑교회 사역을 감당해오고 있다.

임 목사 사역은 쪽방촌의 소외된 어르신들과 노숙인들을 위한 영혼 구조선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쪽방촌에 사는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식사 제공 △생필품 나눔 △마약 및 알코올 중독 관련 상담사역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명절 때에는 ‘사랑나라’ 행사로 목욕탕과 수련회 장소를 빌려 3박 4일간 수련회를 갖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세족식과 성찬식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쪽방촌에 출석하는 성도들의 과거는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한때는 잘 나가던 중소기업 사장도 있고, 가정을 꾸려 가장으로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상처와 좌절, 실패 등으로 지치고 낙심하여 정신이 피폐해져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민족사랑교회에서 임 목사를 만나 우울증을 극복하고 신학교 졸업 후 전도사가 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성실하게 생활을 하기도 하고, 좌절에 빠졌던 노숙자들이 극적으로 변해 예배 때 찬양을 인도하기도 한다.

임 목사는 집이 없다. 민족사랑교회에 마련된 작은 쪽방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살면서 사모와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임 목사는 공동체 생활을 강조한다. 함께 생활하며 삶을 나누고 함께 예배드리고 말씀과 찬양과 기도가 있어야 온전한 삶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쪽방촌 성도들에게 환경운동과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갖도록 사막에 나무심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5년 전부터는 인도의 현지 목사님을 통한 빈민교회 설립을 위해 두 분의 목사님에게 작은 선교비도 지원하고 있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쪽방촌 사역을 펼치고 있지만 세계열방을 향한 소외계층의 영혼구원 사역에 대한 비전을 가르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선교비를 보내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무료배식을 하고 있는 모습. 민족사랑교회 제공

임 목사는 “민족사랑교회의 운영은 참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임대시설이다 보니 언제든지 주인이 나가라면 비워줘야 하는 실정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운 삶을 살기로 작정하고 변화된 성도들을 위한 숙소와 식사 그리고 인생 재기를 위해 자립 할 수 있는 복합적 시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고 했다.

쪽방촌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에도 경찰차가 수시로 출동하곤 한다. 술에 취해서 폭력과 고성이 오가는 등 여러 일들이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임 목사는 보람이 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말썽피우고 술 먹고 주정을 부리며 힘들게 하던 분이 술을 끓고 예배드리고 동전을 아끼고 모아서 봉투에 담아 주일에 헌금하는 신앙으로 돌아 올 때에는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변화되어 인생을 재기하여 결혼도 하고 직장을 갖고 열심히 성도로서 살아가며 봉사하는 분들이 될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 이런 선한 열매 때문에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임 목사에게 운영에 필요한 재정과 기도제목에 대해 물었다.

임 목사는 “정부 지원은 없고, 십시일반 기부가 전부이다. 지금도 월세 임대료가 밀려있다. 그동안 임대료 일부는 더본건설 노진오 대표님과 한기총 목사님들 그리고 성복교회 이태희 목사님, 오산기기도원 함덕기 목사님 등 목사님들과 후원자님들의 지원과 성원으로 감당하고 있다.

음식과 물품으로 헌신해주는 (사)더나눔플러스 임정희 단장님과 (사)사랑의나눔 박희봉 사무총장님이 계신다. 늘 관심 갖고 지원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의 기도 제목은 소외된 이들을 복합적으로 케어 할 수 있는 ‘토탈케어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육신적인 것, 심리적인 것 그리고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까지 돌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쪽방촌 사역을 동역할 수 있는 동역자들이 필요한데 하나님께 보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변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