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전격 제의했다. 윤석열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회담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의 제안을 무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권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통일부 장관 명의의 담화를 통해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이른 시일 내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특히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통상 한 번에 100명 정도씩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산가족 대다수가 고령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을 고려해 정례적인 상봉은 물론 생사 확인·서신 교환 등 포괄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권 장관은 또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며 “북한 당국이 우리의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통상 적십자 채널로 이뤄졌던 관련 논의에 대해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례적이다. 권 장관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더라도 실제적인 상봉을 시행해 나가는 데 추가적인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국자 회담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호응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마감통화 때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회담 제안 등을 담은 통지문 전달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북측은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통화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