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위한 기도성회, 전 세계 크리스천 마음 합할 기회”

입력 2022-09-13 03:04
이영훈(왼쪽)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교회 스튜디오에서 제26회 세계오순절대회를 앞두고 세계 오순절 운동과 교회의 미래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제26회 세계오순절대회(PWC)가 다음 달 12일부터 14일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서 ‘다음 세대의 오순절 부흥’을 주제로 개최된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이며 세계오순절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와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교회에서 만나 세계 오순절 운동의 역사와 특징, 교회의 미래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눴다.

배덕만 교수=PWC가 어떤 대회인지 소개해달라.

이영훈 목사=현재 전 세계 교회는 3가지 흐름이 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을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 운동, 세계교회협의회(WCC)를 통한 연합과 일치 운동, 그리고 가장 늦게 시작했으나 가장 크게 확산된 오순절운동이 있다. PWC는 1947년 스위스 취리히를 시작으로 3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전 세계 140여개국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성도 규모는 6억8000만명에 달한다. 오순절 운동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을 아우를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다. PWC는 성령 체험과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는 오순절 교회들의 축제라 할 수 있다. 일찍이 하비 콕스 하버드대 교수는 ‘영성 음악 여성’(fire from heaven, 1995), ‘종교의 미래’(2005) 등에서 21세기는 오순절 영성을 가진 교회가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교수=그런 교회사적 위치를 가진 성령 운동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교회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에서 PWC를 개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목사=원래 한국에서는 2028년 PWC를 개최하기로 예정했었다. 메리 럼시(Mary C. Rumsey)라는 미국 오순절 운동 선교사가 1928년 내한한 것을 기념해 100년 대회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원래 인도에서 열려 했던 대회를 한국이 개최하게 됐다. 10월 14일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는 ‘한반도 평화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 대성회’가 열린다.


배 교수=세계 오순절 교회 성도들이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자, 한국인에게도 큰 위로와 자극이 될 것 같다.

이 목사=올해는 광복 77년이 되는 해이다. 전 세계 성령 운동 교회들이 함께 모여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영적인 의미가 깊다. 기도 대성회는 전 세계 크리스천들이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일이 통일을 이룬 것도 성니콜라이교회에서 7년간 모여서 기도한 결과였다. 휴전선이 무너지고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첫째도 기도, 둘째도 기도다. 남북을 잇는 유일한 브리지(다리)는 복음밖에는 없다.

배 교수=오순절운동이 세계 3대 기독교 운동이라 했는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오순절 신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 목사=오순절은 원래 이스라엘 3대 절기 중 하나이다. 유월절 이후 50번째 되는 날이 오순절이다. 성경적으로는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고 첫 추수를 시작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그런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해 교회가 탄생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곧 영적 추수기에 성령 강림으로 방언을 말하면서 바벨탑 사건으로 흩어진 언어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언어로 바뀐 것이다. 1906년 미국 캘리포니아 아주사에서 오순절 운동이 펼쳐지면서 방언 운동, 신유 운동, 복음 전파 운동이 일어나고 사도행전의 역사가 그대로 재현됐다. 그러면서 기존 교단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교단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순절 교단이다. 기존 교단에 머물며 성령 운동을 지속하는 경향을 ‘은사주의 운동’이라 부른다. 은사주의 운동은 이후 제3의 물결 운동, 신사도 운동 등으로 확장되면서 다양해졌다. 오순절 운동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성령을 받고 방언을 말하는 운동이다. 오순절운동의 한 분파인 하나님의성회는 1914년 설립됐다.

배 교수=여의도순복음교회도 하나님의성회 소속 교단이다. 교단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 목사=하나님의성회는 흑백 차별이 심했던 미국에서 태동했다. 흑인 중심의 성령 운동 그룹에 속해 있던 백인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자체적으로 교단을 만든 것이 하나님의성회다. 현재 전 세계 7000만명이 속해 있다. 전 세계 장로교회 성도가 1800만명임을 고려할 때 상당한 교세이다.

배 교수=백인들이 흑인이 주도권을 가진 운동에서 따로 나와 교단을 만들었는데, 그 교단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탄생했다. 게다가 그 교회가 한국인이 세운 교회라는 게 대단한 역설이다.

이 목사=21세기 선교 축은 아시아로 옮겨졌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2000만명이 넘는 크리스천이 있는데 대부분 오순절 교회 성도들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부흥을 이끄는 교회는 모두 오순절 교회다. 오순절 교회들이 전 세계 선교의 중심이 될 것이다.

배 교수=한국의 경우 럼시 선교사의 입국으로부터 오순절교회가 기원이 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교회 자체적으로 이미 성령 운동이 있었다.

이 목사=한국교회는 출발부터 오순절적이었다. 1903년 하디 선교사의 원산 부흥, 그리고 1907년 평양대부흥 이후 일제 강점기에서도 길선주 목사의 말세신앙, 김익두 목사의 신유운동, 이용도 목사의 성령체험 등이 있었다. 광복 이후 이 세 운동을 흡수해 교회 사역으로 이어간 게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였다. 한국교회 사학자인 민경배 박사는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사역을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성령 운동의 원천적인 모습을 복원했다’고 표현했다.

배 교수=초기 한국의 부흥 강사들이 일종의 단품들을 개인별로 강조를 했다면, 나중에 하나님의성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 성령 운동의 다양한 흐름을 종합 세트처럼 오중복음이나 삼중축복 등으로 품어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성령 운동을 배경으로 럼시 선교사가 내한해 오순절 운동의 교리를 가르쳤고, 이를 받아들인 분들이 교회를 세워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순절 운동이 한국교회에 영향을 끼친 가장 큰 공헌은 무엇인가.

이 목사=한국교회의 주류인 장로교회가 제자 훈련과 말씀 훈련에 집중한 것은 커다란 공헌이긴 하지만, 성령체험이나 강력한 은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수동적인 신앙이 형성된 측면이 있었다. 이런 한국교회의 토양에 순복음교회는 영적 갈급을 채우면서 말씀과 성령 체험이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특히 60~70년대 시대적 상황에서 성령의 능력을 강조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강조되면서 짧은 시간에 부흥했다.

배 교수=세계 교회사의 측면에서 조용기 목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하는가.

이 목사=하나님은 시대에 따라 하나님의 사람을 세워 하나님의 일을 이루신다. 20세기 들어와 하나님은 조 목사님을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 세우셔서 성령 운동을 일으키셨다. 그를 통해 성령 운동을 전 세계에 재확산하게 하셨다. 여기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오순절적 성령 체험이며 또 하나는 희망의 신학이다. 희망의 신학은 믿음의 역사와 관련돼 있다. 일제시대와 전쟁 등의 절망적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희망으로 이겨냈다. 이 희망의 신학이 코로나 위기를 넘어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를 살리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배 교수=코로나 팬데믹 이후 답보 상태에 있는 한국교회 다음세대 교육에 이번 PWC가 어떤 해법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목사=코로나를 지나면서 상당수 교회가 문을 닫았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야 했지만 긍정적인 점도 있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조차 복음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시대가 펼쳐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IT와 관련된 부분들을 확장, 발전시켜 믿지 않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대만의 아브라함 쿠 목사는 일찍부터 ‘세계 최대의 교회는 핸드폰 교회가 된다’고 예견했다. 우리는 지금 이를 목도하고 있다. 교회가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K복음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배 교수=지난 20년간 한국교회는 교세 약화, 대사회적 신뢰도 하락 등 선교 역사 130년 가운데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오순절 성령 운동은 어떤 책임과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

이 목사=무엇보다 사도행전적 교회를 위해 모여 구제하고 흩어져 선교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적 성화를 실천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감동을 주는 교회 모습을 회복하길 소원한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