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땡큐”… 환차익 노린 서학개미들 ‘팔자’ 행렬

입력 2022-09-09 00:05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강달러 현상에 힘입어 주식을 팔고 나오고 있다. 수익률이 부진하더라도 환차익으로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어서다.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이들도 최근 수익률이 개선됐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해외주식을 6억2607만 달러(약 8650억원)를 순매도했다. 서학개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건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만 5억7154만 달러(7890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반면 순매수 규모는 지난 2월 30억 달러까지 올랐으나 점차 축소되더니 7월에는 386만 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627억 달러(약 83조원)에서 이달 말 기준 500억 달러(67조원)로 127억 달러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7월부터 한 달 반 정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반등)’가 펼쳐진 데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익률이 개선된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6월 1만646.10까지 내려앉았다가 지난달 중순 한때 1만3000선을 탈환했다.

달러 가치 급등에 따른 환차익 효과도 상당하다. 만약 투자자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에 테슬라를 1주 매수했다면 원화 환산 가격은 당시 환율 종가 기준으로 약 143만원이다. 이때 산 주식을 현재 환율 수준(1384.2원)으로 환산하면 약 118만원이다. 달러 기준 테슬라 주식은 이 기간 약 30% 빠졌지만 환율을 고려하면 손실률은 17%로 크게 줄어든다.

달러 관련 ETF의 수익률도 훨훨 날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달러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13.68% 오르며 수익률 3위에 올랐다.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13.61%),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12.62%)도 비슷한 상승 폭을 보이며 뒤를 이었다. 강달러를 완화시킬 재료가 부족해 당분간 이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