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희생자의 첫 발인이 8일 눈물 속에 진행됐다. 오전 9시쯤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50대 여성 허모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허씨는 지난 6일 밤 지하주차장 출입구 부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새벽녘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달라”는 아파트 관리실의 안내방송을 듣고 달려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남편도 곧바로 달려 나갔지만,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차장에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허씨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장례식장 곳곳은 울음바다가 됐다.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희생된 7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나머지 희생자 6명의 발인은 9일 차례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한때 합동분향 등도 논의했지만, 각자 분향하기로 했다. 이번 태풍으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피해자를 포함해 포항에서만 9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포항에는 현재 322명의 이재민이 77개 대피시설에 대피 중이다. 도로 파손 및 하천 유실, 산사태 등 공공시설 피해 1841건과 주택 8500건, 상가 3550건 등 사유시설 1만2188건, 농지 195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해 포항철강공단 기업 279곳 중 100곳이 1조8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돼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복구도 본격화됐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는 피해지역에 긴급구호 세트, 생수 등을 지원하고 이동급식차, 세탁차, 샤워차 등을 운영하는 등 구호 활동을 벌였다. 적십자 봉사단원, 민간단체 활동가, 해병대원 등은 침수된 주택가, 시장, 상가 등을 중심으로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포항 지역 피해 소식이 전해진 뒤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회원수가 11만명이 넘는 포항지역 한 커뮤니티에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빨래가 있거나 욕실을 이용하시려면 연락 달라” “이동에 필요하면 차량을 지원하겠다” “아기 이유식을 제공하겠다” “가게를 비워뒀으니 편하게 전기 충전을 하시라” 등의 글이었다.
각 지역 시민단체와 자원봉사단체, 지역기업 등도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2차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에코프로는 성금 100억원을 시에 기탁했다.
포항시는 피해자 지원 및 이재민 구호에 우선 집중하고 철저한 피해조사와 시설물 복구, 풍수해 피해 방지를 위한 기반시설 조성 등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수해 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복구대책지원본부로 전환하고 피해시설 응급복구, 이재민 구호, 재난심리회복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