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 수포자 늘릴 것” 수학교사들 우려

입력 2022-09-09 04:07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뉴시스

2025년 적용되는 새 수학 교육과정이 ‘문제풀이식’ ‘진도빼기식’ 수업 탈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교사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새 교육과정이 적용될 경우 ‘수포자’(수학 포기 학생)가 많아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올라갈 것으로 우려했다.

수학교사모임연합(이하 교사연합)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2022 개정 수학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수학 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8일 발표했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중학교 교사 1764명, 고교 교사 1790명이 참여했다.

교사 77.1%는 새 교육과정이 ‘수학기초학력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87%는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교육부는 수학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교에 진학한 학생을 위해 1학년 공통과정에 ‘기본수학 1·2’ 과목을 추가하는 등 기초학력 개선을 새 교육과정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는데 현장 교사들은 시큰둥한 것이다.

교사연합은 ‘가르칠 양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사연합은 “새 교육과정에선 교과 수업을 17주에서 16주로 축소하지만 학습 내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르칠 내용이 많아져 수업 시간이 부족할 걸로 예상된 학년으로는 중3(54.1%)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고1 1학기(53.9%), 중1(50.4%)이 뒤를 이었다.

특히 2009 개정 교육과정 고2에서 삭제됐던 행렬이 고1 공통과정에 추가됐다. 인공지능과 관련이 있는 행렬이 추가되면서 고1 때 가르쳤던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는 중3으로, 중3 때 배웠던 대푯값은 중1로 연쇄 이동했다.

교사연합은 성취기준을 합치는 방식으로 학습량을 줄인 것처럼 눈속임하고 있다고도 했다. 예컨대 현 교육과정의 ‘다면체의 성질을 이해한다’ ‘회전체의 성질을 이해한다’는 성취기준 두 개를 새 교육과정에선 ‘구체적인 모형이나 공학 도구를 이용하여 다면체와 회전체의 성질을 탐구한다’로 합쳤다. 교사연합은 “미래 수학교육은 빠르게 진도만 나가는 수업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기르는 수업이어야 한다. 많이 배우기보다 적정한 양을 깊이 배우도록 교육과정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