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이산가족 논의 채널인 적십자 회담을 놔두고 이례적으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사안의 시급성을 반영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이산가족 상봉은 이념을 뛰어넘는 인륜과 천륜의 문제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해결이 요원하다. 따라서 북한도 전향적이고 호의적인 접근을 통해 분단으로 빚어진 민족 공통의 고통 해소에 적극 동참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13만3654명 중 생존자는 32.7%(4만3746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80세 이상 고령으로, 올해 들어 사망한 신청자만 2504명에 이른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이산가족 생사 확인마저 중단돼 있다. 정부의 회담 제안은 북핵 등을 둘러싼 남북 대치 국면 해소를 위해 인도적 문제를 대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안된 지 며칠 안 돼 북한에 거부당한 상황에서 인도적 사안만큼은 북측이 외면할 수 없으리라는 희망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관건은 이번 제안이 얼마나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현실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때만 성사된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북한이 관심을 보일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거부감을 보인 한·미 군사훈련 직후 제안이 이뤄져 성사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화와 교류의 장을 열기 위한 시도와 노력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아울러 실질적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치밀하고 구체적인 접근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제안이 명절 때의 의례적인 발표용으로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