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까지도 장바구니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명절 음식 재료인 시금치, 배추, 무, 애호박, 풋고추, 쪽파, 대파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최소 1.2배에서 2배 가까이 올랐다.
aT가 집계한 무 한 개 평균 소비자가격은 3919원이었다(7일 기준). 1년 전 2079원보다 88.5%나 증가했다. 지난 7일 무 1개 가격이 최고 533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개당 가격이 3000~3500원 정도다. 그나마 추석 직전이라 배송이 중단된 곳도 많다.
배추 가격도 한 포기에 8069원으로 1년 전 5006원보다 61.2% 뛰었다. 한 포기 가격이 높은 곳은 1만5600원까지도 나왔다. 시금치는 최근 5일 사이 가격이 다소 떨어졌다. 문제는 품질이다. 지난여름 폭염과 폭우가 겹치면서 시금치 작황 또한 부진했다. 폭염 탓에 잎끝이 타버리고, 폭우로 채소가 물렀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상기후 탓에 출하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품질 좋은 상품의 공급량은 더 급감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져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유모(45)씨는 “평상시보다 싱싱하지도 않은 걸 비싸게 사야 하니 속이 쓰리다. 차라리 만들어서 파는 잡채를 사거나 간편식을 사는 게 나은 것도 같다”고 말했다.
추석 이후에도 신선식품 물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하며 농작물 수확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힌남노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7141.1㏊로 집계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고 나면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큰 폭의 물가 상승을 겪을 듯하다”며 “배추, 고추, 마늘 등의 작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