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기 어렵네”… ‘연봉 5000’ 주담대 한도, 8000만원 ↓

입력 2022-09-09 00:03
연합뉴스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직장인의 은행권 대출 한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빌릴 여건이 나빠지면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8월 기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신용 등 기타 대출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8일 국민일보 시뮬레이션 결과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은 지난해 8월 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4억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올 7월 기준으로 한도가 3억3500만원으로 6500만원 감소했다. 1년여 새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2.9%에서 4.2%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이 직장인의 대출 한도는 3억2000만원으로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평균 금리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주담대 지표 금리로 쓰이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새 0.5%포인트 치솟은 점을 반영하면 금리가 4.7% 선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금리 조건에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3억5500만원으로 30년일 때보다 35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만기까지 갚아야 하는 총이자는 2억7747만원에서 4억331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이상 증가한다.

이처럼 융자 여건이 악화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은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8일 내놓은 8월 중 금융 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8월 기준으로 보면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래 18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직전 최저치는 세계 금융 위기 때인 2010년 8월 2조5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이 1조6000억원 증가했지만 기타 대출이 1조3000억원 감소한 결과다. 기타 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8월 기준 사상 처음이다.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NH농협 등 상호금융은 연 4.46%, MG새마을금고는 4.79%, 신용협동조합(신협)은 5.04%, 저축은행은 10.53%까지 오르는 등 은행권보다 금리 인상 폭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 시장은 시중 금리 상승 여파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냉각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고공 행진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최근 기준 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드러내면서 연준이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번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연말 한국 기준 금리를 애초 예상치인 3%보다 높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