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두 분이 참 귀한 성도들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열과 성을 다해 교회와 성도들을 섬겼고 국내외 선교에도 큰 뜻을 품고 활동했어요. 아들 김군도 어머니를 본받아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고요. 모자가 손잡고 은혜롭게 선교 활동을 하는 모습도 봤는데….”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김모(15)군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군의 어머니 김모(52)씨는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며 14시간을 버틴 끝에 가까스로 생존했지만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을 겪었다.
이들 모자는 평소 함께 예배를 보고 선교 비전을 나누는 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자가 다녔던 포항오천제일교회 성도들은 어머니 김씨를 누구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성도 A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교회에서의 섬김이 남다른 분”이라며 “유치부 교사로 섬기면서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해 주변 정리도 하고 아이들을 환하게 맞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벽예배 등 각종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은 물론 피아노 반주 등을 통해 예배를 직접 섬기기도 했다. 교회 내에서 신망이 높아 권사 등 특별한 직분에 대한 권유도 있었지만, 스스로 사양하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고 한다.
김씨는 선교에도 큰 뜻을 품었다. 일찍이 국내 개신교 평신도 중심의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선교 활동을 펼쳤다. 성도 B씨는 “최근엔 카자흐스탄 선교를 다녀 온 것으로 안다”며 “교회활동 못지 않게 선교에도 비전을 갖고 있던 분”이라고 전했다.
어머니의 이러한 모습은 아들 김군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 김군은 주일학교를 열심히 다니며 신앙을 키웠고, 어머니처럼 선교에도 큰 관심을 보여 선교단체 비전스쿨에 다녔다. 모자가 서로 손잡고 선교 활동을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다. A씨는 “신앙 안에서 제대로 엮여있던 모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되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로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뜻밖의 불행으로 주변에선 김군 부모가 심신이 지치고 자칫 신앙마저 시험에 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교회 성도들은 이웃의 위로와 중보를 요청했다.
포항오천제일교회 박성렬 담임목사는 “흔들림이 없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중심을 잡아야 입관예배에서 아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씨 역시 14시간 가까이 물에 갇혀 있으면서도 찬송하고 기도하면서 보낸 분인 만큼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레 살아돌아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