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찾은 기념관의 규모는 소박했다. 59.5㎡(약 18평)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기념관을 가득 채운 한 선교사의 인생 역정이 담긴 전시물들을 관람하니 얼마간 숙연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기념관 벽면 상단엔 이런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충청! 그녀의 이름이 되고, 그녀의 사랑이 되다’ ‘여성 교육사에 첫 발자국을 남기다’ ‘선교사의 피, 복음의 밀알 되어 자라나다’ ‘사랑의 이치를 베풀다’….
대전 목원대 구(舊) 신학관에 들어선 이곳은 ‘사애리시 선교사 기념관’이다. 기념관은 캐나다 선교사 앨리스 샤프(1871~1972·사진)의 삶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지난 4일 개관했다. ‘사애리시(史愛理施)’는 “사랑의 이치를 베풀다”는 뜻으로 샤프 선교사의 한국 이름이었다.
기념관엔 샤프 선교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친필 편지, 생전에 그가 사용한 십자가 목걸이 등 각종 유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의 모습을 담은 흉상도 눈길을 끌었다. 샤프 선교사가 한국 근대 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정부로부터 받은 국민훈장 동백장과 그의 활약상을 정리한 1930년대 신문 기사도 만날 수 있었다.
샤프 선교사는 충청 지역 근대 교육의 어머니로 통하는 인물이다. 1900년 조선에 입국해 39년 고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복음 전도와 교육 선교에 매진했다. 가마나 말, 때론 자동차를 타고 충청도 곳곳을 누비며 서툰 한국말로 복음을 전했고 사람들은 그를 ‘사(史) 부인’이라 부르며 따르곤 했다.
9개 이상의 여학교를 세웠고 유치원도 7곳이나 설립했다. 그는 유관순 열사의 첫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유관순 열사의 공주영명학교와 이화학당 입학을 주선하기도 했다.
업적에 비해 샤프 선교사의 유명세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방에서 활동한 여성 선교사였다는 점, 그와 관련된 사료(史料)들이 뒤늦게 발굴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그늘진 곳에서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분이 바로 샤프 선교사”라며 “목원대가 그의 삶을 기리는 기념관을 갖게 된 것은 굉장한 축복”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을 조성해 목원대에 기증한 곳은 충남 천안 하늘중앙교회(유영완 목사)다. 하늘중앙교회는 2018년부터 목원대에 기념관 조성을 추진했다. 이 교회가 보유한 각종 유품을 목원대에 기증하는 등 기념관 건립 과정을 도맡다시피 했다. 기념관 조성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6월 20일이었다.
목원대 이사장이기도 한 유영완 목사는 “목원대는 한국 감리교회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교회보다 대학에 기념관을 조성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 때마다 목원대에선 청소년 캠프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열리곤 한다”며 “학교를 찾는 청소년들이 기념관을 통해 샤프 선교사의 정신을 배웠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