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배리어프리’ 공연 도전하는 국립극장 음악극 ‘합★체’

입력 2022-09-09 04:05
국립극장이 무장애 공연으로 기획한 음악극 ‘합★체’의 콘셉트 사진. 국립극장은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시작으로 장애인 관객의 관람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극장 제공

‘장벽이 없다’는 뜻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공연계에선 장애인의 문화권, 즉 문화에 접근할 권리와 문화를 창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공연계에서 배리어프리는 2010년대 후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 이후 창작자들이 공연 제작 과정의 윤리적 관점을 중시하게 된 영향이 크다. 공연계의 배리어프리는 그동안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및 국문 자막,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영상 제공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장애 예술인의 작품 참여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국립극장은 지난해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장애인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무장애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는 장애인이 문화 수혜자를 넘어 적극적인 주체자로 활동하는 것을 모토로 한 극단 다빈나오의 소리극 ‘옥이’를 초청했다.

국립극장은 올해 극단 다빈나오와 함께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를 15~18일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합★체’는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의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연출은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 연출가이자 20여년간 장애 예술인과 다수의 작품을 만든 연출가 김지원이 맡았다. 극작가 정준이 각색을 맡았으며 극단 다빈나오의 작품에 여러 차례 참여한 강수빈이 작곡과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국립극장과 창작진은 음악극 ‘합★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와 관객을 전부 아우르는 무장애 공연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기획 취지를 살려 음성 해설, 수어 통역, 자막 등 다양한 언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창작 단계부터 치열한 고민과 연구 과정을 거쳤다.

음성 해설은 극 중 배역으로 풀어냈는데, 원작에 잠깐 나오는 라디오DJ ‘지니’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자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하나의 배역에 뮤지컬 배우와 수어 통역 배우 2명을 캐스팅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수어 통역 전문 자격증을 겸비한 배우 2명과 무대 경험이 있는 전문 수어 통역사 2명이 수어 통역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 청각장애인 관객에게 작품을 더욱 세심하게 전달하기 위해 농인 당사자가 수어 대본을 번역했다.

국립극장은 ‘합★체’를 시작으로 장애인 관객의 관람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7일에는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터치 투어(Touch Tour)를 진행한다.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음성 해설자의 설명과 함께 무대 소품 등을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다. 또한 공연 예매 단계에서 장벽을 낮추기 위해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들어간 공연소개 영상과 예매 방법 안내 영상을 제공한다. 관람 당일에는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보조 휠체어 서비스 등도 기존과 동일하게 마련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