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성 난청에 사회생활 위축… 40세 이후 청력 재활 적극 나서야”

입력 2022-09-13 04:05

“40세 이후 듣는데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청력 재활에 나서야 합니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사진) 교수는 12일 중년 이후 서서히 진행되는 노화성(노인성) 난청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노화성 난청은 귀 속 신경세포가 시간이 흘러 퇴행성 변화를 일으킨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들 신경세포 역시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힘들다. 처음엔 고음이 잘 안들리다가 소위 ‘가는 귀 먹은’ 상태를 거쳐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대화 시 말소리는 들리지만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선우 교수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화성 난청 환자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난청은 노인들의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난청 환자 비율은 2000년 11%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6.4%로 늘었고 2025년에는 24.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끄러운 환경은 노화성 난청을 가속화시킨다. 어쩔 수 없이 이런 환경에 노출된다면 자주 휴식을 취하고 귀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또 고령자라면 평소 청력 건강에 이상이 없어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흡연은 노화성 난청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금연해야 한다.

노화성 난청은 제한된 사회적 관계 속에 살아가는 노인들의 소통을 방해해 사회적 고립을 촉발하기도 한다. 말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주변인과 대화가 단절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게 된다. 선우 교수는 “이는 단순히 청력의 문제를 벗어나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가중시킨다”며 “실제 난청 환자는 건강한 노인에 비해 우울증, 인지장애, 치매 같은 질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난청과 치매 발생의 연관성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2011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노인 집단에서 청력과 인지기능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경도 난청이 있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2배, 중도 난청에서는 3배, 고도 난청인 경우엔 5배까지 높아진다고 보고한 바 있다.

노화성 난청으로 진단됐다면 보청기나 수술을 통한 이식형 청각기기(인공와우) 등으로 청력 재활에 힘써야 한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지닌 보청기가 개발돼 있다. 환자의 난청 정도, 유형, 심리상태, 사회활동 정도 등을 면밀히 평가한 후 보청기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보청기 착용 후에는 적극적인 재활이 필요하다. 선우 교수는 “고령자에게 난청은 단순한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생활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노쇠로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중년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정밀검진을 받고 난청을 조기에 발견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