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2 학업성취도 평가 전산장애로 먹통… 초유의 전면 취소

입력 2022-09-08 04:03 수정 2022-09-08 04:03
시기자 평가원 교육평가본부장이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2022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표집평가 시행 중 서버 불안정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 1교시 국어 종료 후 중단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처음 컴퓨터 기반으로 시행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산 장애로 취소됐다. 평가에 참여한 고교 200여곳에서 큰 혼란과 불편이 빚어졌다. 평가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7일 고교 2학년 대상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표집 평가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시스템 복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시험 지연에 따라 응시 환경이 달라질 경우 시험의 형평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평가를 전면 취소했다. 평가는 추후 다시 실시키로 했다.

시기자 평가원 교육평가본부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추후 일정은 학교 학사일정을 고려해 교육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중3·고2 학생 3%를 표집해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컴퓨터 기반으로 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험에 응시한 고교는 212곳, 학생은 1만323명이었다. 중3의 경우 지난 6일 예정돼 있었으나 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으로 연기됐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시스템이 ‘먹통’이 된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 평가원은 “지난해 12월 점검을 거쳐 2만500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과부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28일 추가한 최적화 코드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드 추가 뒤 동시접속 가능 규모를 확인했는가’란 질문에 “내부 성능 테스트는 했으나 2만5000명 규모로 (동시접속이 가능한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13일부터 예정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자율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희망하는 모든 초6, 중3, 고2 학급이 컴퓨터 기반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자율평가 역시 이날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 본부장은 “기존 표집평가와 (13일부터 예정된) 자율평가는 따로 분리해 시행·운영하고 있다. 자율평가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생소한 방식의 시험이어서 준비를 많이 했지만 교육 당국의 준비가 미흡해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