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7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 정권수립일(9·9절)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 등 북한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만한 대내외 주요 정치 행사를 앞두고 이뤄진 회동이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한·일, 한·미 양자 협의와 한·미·일 3자 협의를 연이어 진행했다. 3국 북핵수석대표는 북한의 도발 재개 시기와 수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 도발 시 세부적인 대응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성 김 대표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북한이 2017년(6차 핵실험) 이후 처음인 7차 핵실험을 준비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군사적 태세에 대한 조정과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제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도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나코시 국장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북한과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남측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선 대외 메시지보다는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공개된 회의 안건은 사회주의 농촌발전법, 원림녹화 채택 관련 문제, 조직 문제 등이다. 전문가들은 국무위원회 인선과 내각 조직 정비를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북한은 9·9절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할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4돌 경축 행사 참가자들이 6일 평양에 도착했고, 이들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공로를 인정받은 주민들까지 전국에서 버스와 열차를 타고 평양에 집결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올해는 74주년으로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니어서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