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환율…‘S 공포’ 덮친 한국경제

입력 2022-09-08 04:09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5개월 만에 1380원 선을 넘어섰다. 고환율 현상으로 고착화하는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경제 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물가 상승세는 가파른데 경기는 주저앉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는 모습이다.

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 약세 등이 강달러 현상을 더 부추기는 데다 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한 상황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이날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한 뒤 환율은 다소 진정됐다.

경기 둔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했고, 에너지가격 고공 행진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37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하지만 흑자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66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특히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4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적자를 낸 것이다.

환율 급등 영향으로 이날 증시는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56포인트(1.39%) 하락한 2376.4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 19일(2370.9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1.27포인트(1.45%) 내린 768.19로 장을 마쳤다.

복합 위기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재정수지 적자에다 경상수지 적자까지 겹치는 ‘쌍둥이 적자’가 경기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어려운 상황이 2∼3개월 뒤면 끝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보면 복합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