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사랑의 구조대’가 뜬다

입력 2022-09-08 03:00
코로나19 재확산에 수해와 화재 등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추석을 앞둔 이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겐 몇 배나 더 힘든 요즘이다. 각종 재난이 닥칠 때마다 벼랑끝에 몰린 이들을 찾아가 손 내미는 이웃 교회들이 있다.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위로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굿피플이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굿피플 사옥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희망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7일 국제구호개발NGO인 굿피플과 함께 ‘사랑의 희망박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수혜 대상은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독거 어르신,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 5000가구다. 박스에는 즉석밥과 찌개 등 간편조리 식품 11종이 담겼다. 이영훈 목사는 “우리 사회가 많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이유는 사랑의 나눔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의 섬김이 어둠을 걷어내고 나눔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망박스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종료 청년 등에게도 배달됐다. 박성훈(가명·24)씨는 “2018년 보육원에서 나온 후 기댈 곳 없이 혼자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마트 판매원, 물류센터 상하차, 방송 보조출연, 식당 서빙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며 “남들이 봤을 때는 소소한 먹을거리일 수 있지만 나같이 자취하는 사람에게는 귀한 것들이라 참 감사하다. 많은 분의 격려와 도움으로 다음 주부터 대기업에 출근하게 돼 더 기쁜 선물이었다”고 고마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다자녀·다문화가정 등을 위해 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달 수도권을 덮친 폭우로 이재민이 된 이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도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지난달 수해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에 긴급구호키트를 배달하는 장면.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제공

지난달 폭우 피해 당시 교계의 발 빠른 지원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수해 발생 이틀 만에 이재민을 위한 수건 컵라면 에너지바 등을 담은 긴급구호키트 500개를 폭우 피해가구들이 몰린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 일대에 배포했다. 이후에도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등 성남지역 14개 교회는 성남의 저소득 이재민 가정을 위해 필수가전제품을 전달했다. 복음과도시(이사장 이인호 목사) 소속 24개 교회는 사랑의열매를 통해 7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어려움을 나누는 일에 동참했다.

지난 3월 경북 울진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한국교회는 현장 방문에 이어 피해 복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산불로 인해 울진 지역 주택 369채(실거주 가구 192채)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은 한국교회의 후원금을 모아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에게 사랑의 집 54채를 선물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16일 1호 입주를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한교총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 지역에 마련한 ‘사랑의 집’ 견본주택 개관식에 참석한 모습. 한교총 제공

울진군기독교연합회(회장 이승환 목사)에도 울진 주민들을 위한 성금이 총 10억5000만원 모였다. 연합회는 성금을 한국교회 이름으로 이재민 임시주택 지원비, 긴급구호물품 마련 등에 사용했다. 이승환 목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섬김에 힘입어 울진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회복은 물론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지구를 보존하는 일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에도 한국교회의 섬김은 이어진다. 한국구세군(사령관 장만희)은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구매한 물품을 전국 20여개 복지시설과 수재민 400여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기독소방선교회(회장 박영민)와 평택아가페국제교회(정철원 목사)는 추석 연휴 기간 이주민을 위한 위로 잔치를 열 계획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