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고검장들이 7일 검찰을 떠나며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김후곤 서울고검장(57·사법연수원 25기)은 “검찰은 무엇을 지키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남겼다. 여환섭(54·24기) 법무연수원장은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고검장은 서울고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사의 일은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국민 아픔을 어루만지는 소중한 사명을 품고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찰의 봄이 오길 기대하고 또 올 것”이라고도 했다. 대표적 ‘특수통’ 검사였던 그는 ‘비윤(비윤석열)·비서울대’ 출신으로 검찰총장 후보군 최종 4명에 올랐었다. 이원석(53·27기) 검찰총장 후보자는 청사를 떠나는 김 고검장을 찾아와 직접 배웅했다.
여 원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검찰은) 더는 정치 쟁점화한 사건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은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을 통해 수사 전 단계부터 판단을 구하고, 조사 과정도 참관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더는 권력이 검찰을 도구로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 원장은 오는 10일부터 시행되는 검수완박 법을 2013년의 KBS 수신료 ‘1500원 인상안’과 비교하며 “검찰이 국민 호주머니 속 1000원짜리 1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수신료 1500원 인상안이 여론의 거센 반대로 무산된 반면 검수완박 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던 점을 검찰도 되새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여 원장은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이란 환상을 갖지 말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며 “그래야 언젠가 국민이 검찰을 주머니 속 1000원짜리 1장의 존재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