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둔화에 반도체 직격탄… 한국경제, 앞으로가 더 문제

입력 2022-09-08 04:05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7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으로 마감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한형 기자

한국 경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면서 경기가 한동안 활력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하강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물가 오름세까지 겹친 상황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딘 경기 회복세 속 물가는 오르고 환율은 치솟는 복합 위기 국면인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9월 경제 동향’을 통해 “세계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경제 회복세가 애초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8월 내놓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하다”는 평가에 견줘 전망이 어두워졌다. KDI가 경기 회복세 약화를 언급한 것은 석 달 만이다.


경기 회복세가 꺾인 것은 수출 둔화 영향이 크다. 8월 수출 증가율은 1년 전보다 6.6%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9.2%)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한국 수출의 근간인 반도체(-7.8%)가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외에도 반도체 경기 악화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나타났다. 7월 반도체 생산과 출하는 전월 대비 각각 3.4%, 26.1% 줄었고, 가동률도 4월 고점(139.4) 대비 14.3% 하락한 119.5에 그쳤다. 재고율도 전월의 63.0%에서 95.7%로 대폭 상승했다.


무역수지도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급증이 첫 번째 요인이다. 같은 기간 한국 경제 주력 품목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선박 자동차 수출액이 2011~2013년 호황기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구조적인 이유도 컸다. 무역수지 적자는 여러 원자재 수입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야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다. 러시아가 최근 독일 프랑스 등지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생긴 대체 수요가 유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인해 식량 가격도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갭이 내년까지 플러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수가 비교적 탄탄하다. 한은은 “원자재와 식량 가격 반등 가능성, 수요 측 물가 압력 지속 등으로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는 이런 복합 위기 현상이 적어도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에너지난과 선진국 통화 긴축, 중국 부동산 시장 냉각 등 부정적인 대외 변수가 상존해 있다”면서 “환율 불안을 비롯한 경제 하방 위험 확대 흐름, 이로 인한 복합 위기 증세가 올해 말까지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