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대신하던 보호시설을 나와 홀로 세상에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첫걸음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충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충북아동복지협회는 지난 6일 충북도청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위한 ‘삼성 희망디딤돌 충북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희망디딤돌 센터는 보호아동이 자립 전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인이 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과 교육 등을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협약식에는 김영환 충북지사, 조흥식 사랑의열매 회장, 권현숙 충북아동복지협회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시설을 짓는 게 아니다’는 점이 다른 사업과 크게 차별화된다. 시설 자체보다는 그 안을 채울 내용에 더욱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김경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공헌본부장은 “‘미래에 내가 이런 곳에서 생활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한다”며 “또 다른 ‘시설’을 만들진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아동·청소년 통합지원사업인 희망디딤돌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의 제안 및 기부에서 출발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삼성, 지방자치단체, 협력기관이 함께 센터를 건립·운영하고 있다. 2016년 부산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으며, 내년 12월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질 충북센터까지 건립되면 전국에 11곳이 운영된다.
보육원이나 그룹홈 등 자신이 자란 시설을 나와 홀로 설 준비를 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입주 대상이다. 시설 내 단체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1인실의 독립 공간은 자립 준비의 첫 단추다.
김 본부장은 “보호아동·청소년에겐 혼자 장을 보고 밥을 지어먹고 빨래를 하는 일상이 모두 ‘미션’”이라고 했다.
자립교육은 개별 입주자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돈 쓰는 법, 요리와 청소, 전월세 등 임대차계약서 작성법부터 취업에 필요한 면접과 스피치, 기초기술도 가르친다.
단순히 살 곳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의지할 버팀목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센터 직원 1명당 4~5명의 청년들을 지원한다. 여기에 삼성 직원들도 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멘토링에 나선다.
이정배 사장은 “임직원의 기부 참여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라며 “자립준비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삼성 임직원이 함께 응원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6년까지 임직원들이 기부한 25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19년 회사 차원에서 지원금 250억원을 추가로 냈다. 꾸준히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도움도 절실하다. 지자체와 함께 사업에 나서는 이번 시도가 중요한 이유다. 충북센터 협약식에 참석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우리 센터가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는 자립준비 청소년들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주=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