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소액주주 단체들이 뭉치고 있다. 개별 이슈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우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코스닥 시총 9위 바이오 업체 알테오젠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이 이뤄졌다.
7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알테오젠 소액주주 연대에 속한 임모씨 등 13명은 지난달 30일 대전지법에 알테오젠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4만7426주로 지분율 0.11% 수준이다. 상법상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식이 0.1% 이상이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은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알테오젠이 신주 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 내역을 살피고 자회사 설립 관련 계약의 적정성을 따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설립 및 운영이 실질적 물적 분할에 해당하고, 또 수차례의 유상증자가 지분율을 희석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이른바 ‘파이프라인(신약개발프로젝트) 쪼개기 상장’ 추진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모회사의 파이프라인을 자회사에 일부 떼어주고 자회사 지분을 조금씩 투자자에게 넘기면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뒤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테오젠은 2020년 10월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두 달 뒤 핵심 파이프라인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사업권을 나눠줬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이 파이프라인의 임상 수행 및 시장개척, 수입, 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갖게 됐고, 약 9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소액주주연대는 알테오젠의 핵심 사업이 자회사로 넘어간 탓에 모기업 가치가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배경에는 올해부터 본격화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와 소액주주 단체들의 공동 대응이 있다. 그간 사측의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알테오젠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6월 이후 한투연과 접촉해 타 종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들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주주제안’을 추진했고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법적 자문을 거쳐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에 이르게 됐다.
한투연과 개별 소액주주연대 대표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공식 대화 채널을 열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라파스·사조산업·셀트리온·신라젠·씨젠·아이큐어·한국전력·한국조선해양·헬릭스미스·NHN 등 18개 기업의 소액주주 단체가 참여 중이다.
이들은 지난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자녀 경영권 승계 반대 집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신라젠 거래재개 촉구 집회, 공매도 개혁 촉구 집회 등 총 20여 차례 집회를 가졌다. HLB사의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신문 광고를 공동 집행하기도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소액주주 운동 활성화 차원에서 한투연이라는 우산 아래 개별 종목 소액주주 단체들을 모으는 중”이라며 “종목 수가 늘수록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당국에서도 이에 더 귀를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