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탈북한 이인규(가명·47)씨는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기독교 신앙을 접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돼 준 이들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뿐 아니라 복음도 함께 전했다. 8개월여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사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다단계 업자의 사기 행각에 휘말려 정착지원금을 잃고 수천만원의 빚까지 떠안아야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거주 탈북민은 3만3815명이다.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왔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탈북민 김경숙(66)씨는 이씨와는 사뭇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6일 경기도 하남 혜림교회(김영우 목사)에서 만난 그는 아들(9) 딸(17)을 데리고 1999년 탈북했다. 20년 동안 중국 여러 도시를 전전한 끝에 3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고달팠던 탈북 여정 속에서 김씨의 버팀목은 중국에서 만난 하나님이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하나원을 나와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안간힘을 쓸 때 그의 곁을 지켜 준 이들도 혜림교회 성도들이었다.
“탈북민이라고 무시하면서 일은 많이 시키고 월급은 적게 주던 사장이 있었어요. 울분이 터지고 억울한데 하소연 할 데도 없고···. 그때 혜림교회 성도들이 세심하게 챙겨줬지요. 위로하며 눈물 닦아주고 좋은 일터도 소개해주고요.”
혜림교회엔 120여명의 탈북민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어엿한 편의점 점주이자 탈북민 성도들의 멘토로 신앙 생활에 열심인 김씨는 지난해 이 교회 시무권사로 임직했다. 김영우 목사는 “탈북민의 한마디에는 천 마디의 삶이 녹아 있다. 가난이 주는 불편함, 외로움이 주는 비이성적인 면이 당혹스럽게 할 때도 있지만 결국 돈이 아니라 사랑으로 끝까지 동행해야 하는 사역”이라고 했다.
혜림교회는 15년째 ‘두만강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중·북 접경지역을 방문하며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다. 담임목사와 평신도 리더들이 꼬박 5박6일 동안 북한 땅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통일의 선구자’로 세워질 탈북민을 가족으로 품는 훈련이다.
2019년부터는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가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이상화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 탈북민 사역을 하면서도 물질적 도움만 주려다 상처와 부작용을 남기는 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선교를 위해선 순수성 지속성 전문성 그리고 연대성이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두 교회는 6일부터 7주 과정의 북한·통일선교대학을 진행 중이다. 북한과 통일 선교에 비전을 갖고도 사역을 펼치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화요일 오후 7시 혜림교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 김병로(서울대) 김송연(고려대)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서 북한 선교에 대한 담론과 실질적 사역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하남=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