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신구 고발’ ‘방송 심의 고발’… 이성 잃은 여야의 고발전

입력 2022-09-08 04:03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7일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 참석 당시 수천만원 짜리 펜던트와 팔찌 등을 착용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재산을 등록하면서 장신구를 신고하지 않았으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지난 5일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윤 대통령을 고발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소추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비슷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두 번이나 고발했다. 누가 봐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한 보복성 고발이다. 부인의 장신구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처음 보는 기이한 풍경이다.

민주당은 이날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주가조작·허위경력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은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다. 사건 관련자들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을 낱낱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 대표를 수사하니, 대통령 부인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비이성적이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 의혹은 규명돼야 하지만, 이 대표 사건과 연계해서 다룰 것은 아니다.

고발에 관한 한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뒤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정 위원장이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프로그램과 일부 방송 보도내용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편파적인 방송이나 보도는 논란이 많은 주제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이지, 검찰 고발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대표가 수사를 받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대선 당시 국민의힘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고소·고발부터 하는 게 우리 정치권의 관행이 됐다.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다. 정치는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상대방을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하소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여야가 그토록 비판해온 검찰과 법원의 힘만 키워줄 뿐이다. 고발이 난무하는 사이,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음을 여야는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