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료 해법 공급·수요 관리에 있다

입력 2022-09-08 04:02
김정훈 경기대 교수 경제학부

전기요금 인상 논의와 한국전력 적자 이슈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 그럼에도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가스 및 유류 가격 인상, 온실가스 감축의 일환인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의 경우 단순히 발전단가가 높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동반하고 있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재작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7.4%를 차지하며 2015년(3.7%) 대비 2배 증가했다. 새 정부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재생에너지의 높은 균등화발전비용(LCOE), 변동성 및 간헐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송전 제약 등의 계통 이슈는 전기요금 인상과 직결되는 주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잉여공급량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설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인센티브 지원 및 정부 규제 등을 통해 대규모 전력 수요 사업자의 지역 분산화를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국민 수용성 기반의 수요관리 방안을 공급관리 방안과 연계할 경우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은 가격 시그널을 받은 소비자가 전력 소비 패턴을 자발적으로 조절하는 요금 기반의 수요관리 기법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9월 제주도를 대상으로 계시별 요금제(계절별·시간대별로 다른 요금을 매기는 제도) 실증 사업을 실시했으나 실제 전환율은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시별 요금제를 통해 가구당 전력 요금을 낮출 수 있음에도 전환율이 낮은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계시별 요금제 전환에 따른 월 전기요금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다. 둘째, 소비자들은 누진제라는 동일한 요금체계하의 전기요금제에 익숙해져 강한 현상 유지 편향을 보일 수 있다.

소비자의 요금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요금 변동 불확실성과 높은 전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 요구된다. 우선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실시간 가격 정보와 개개인의 전력 소비 패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계시별 요금제를 통한 요금 절감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계시별 요금제 도입 초기에는 요금제 전환으로 인한 전기요금 증가분의 일부를 보상하는 등 소비자들의 전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유발되는 과도한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해소하려면 공급관리와 수요관리 방안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 실현 및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급 주도의 수직적 관리가 아닌 공급·수요의 수평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훈 (경기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