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기로서 14시간 버티다 헤엄쳐 나와… ‘지하주차장의 기적’

입력 2022-09-07 00:02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경북 동해안과 남해안에 큰 피해를 남겼다. 군·소방 관계자들이 이날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로 실종됐던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들이 한꺼번에 실종된 사고는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기록적 폭우로 주변 하천이 범람해 지하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갔기 때문이다. 주차장 입구 출입문이 휘어질 정도로 무섭게 들이닥친 물에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잠기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새벽부터 몇 차례 반복된 관리사무소의 차량 이동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주민들 중 7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다.

사고 현장에선 소방당국과 경찰, 해병 1사단 병력 등 60여명이 투입돼 온종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배수펌프 6대를 동원해 배수 작업을 했다. 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은 지하 한 층으로 돼 있으며 길이 150m, 높이 3.5m, 너비 35m 정도로 파악됐다. 4만7000t가량의 물이 들어차 있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오후 8시15분쯤 실종 약 14시간 만에 전모(39)씨가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돼 나오자 “와, 살았다”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박수 갈채와 환호성, “희망을 가져”라는 응원 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전씨가 주차장 입구까지 헤엄을 치며 나오는 모습이 보이자 구조대가 밧줄을 묶고 들어가 구조했다.

오후 9시41분쯤 김모(51·여)씨가 추가로 구조됐다. 구조대는 보트를 투입해 지하주차장을 수색하던 중 주차장 천장에 달린 배관 위에 엎드려 있던 김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의식은 명료하지만 저체온증 증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는 1층이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때 시간당 110㎜의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 지역에 입힌 피해는 예상보다 심했다. 포항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빼기 위해 내려간 60대 여성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과 경주 지역은 도심과 외곽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하천 옆 펜션 지반이 유실돼 건물이 내려앉았고, 산사태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다.

포항시는 오후 4시 현재 이재민 1000여명, 도로 유실 418건, 하천 피해 250건, 산사태 70건, 교량 파손 102건 등 공공시설 피해액은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