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주호영 의원이 6일 ‘깜짝 고사’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새 비대위를 이끌 인물로 호남 4선 출신인 박주선(사진) 전 국회부의장이 급부상했다.
국민의힘 초선·재선·중진 의원은 이날 선수별 모임을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 권한을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르면 7일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추석 전 비대위 출범’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곧 출범 예정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당에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1차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2차 비대위’에서도 주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는 새로운 분이 맡아서 새 기분으로 출범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으로부터 ‘다시 비대위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제가 맞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취지에서 훨씬 더 좋은 분을 모시는 게 좋겠다고 당에 건의드렸고 그런 취지에서 저는 맡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주 의원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되고 국민의 신뢰받는 당이 되도록 하는 데 제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비대위원장으로 박 전 부의장이 떠오른 것은 ‘호남’과 ‘윤심(尹心)’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박 전 부의장은 호남을 지역구로 4선을 지내 국민통합 메시지를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도와 ‘서진 정책’ 추진에 앞장섰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도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의 선장으로 주 의원이 아닌 박 전 부의장을 검토하는 것은 법원의 가처분 심리를 의식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1차 가처분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에 제동이 걸린 국민의힘 입장에서 또다시 ‘주호영 카드’를 고수할 경우 법원의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선수별 모임을 연이어 갖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재선·초선 의원 간담회에서는 원외 인사가 새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송석준 의원은 재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에서 전체적으로 원외 (인사)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는 원외 인사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은 당을 대표하는 인물인데, 당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7일 새 비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한 뒤 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절차들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국민의힘은 추석 전 비대위 출범이라는 시간표를 지킬 수 있게 된다.
구승은 강보현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