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태풍 상륙을 코앞에 뒀던 6일 새벽부터 밤새 밀어닥친 월파(越波)는 인도 보도블록을 저 멀리 날렸고 층층이 쌓아둔 모래주머니와 쇳덩어리로 만든 맨홀을 뒤집어놨다. 태풍 때문인지 빌딩풍 때문인지 모를 바람은 상가 보호를 위해 설치한 나무 합판을 뜯어냈고 교통통제 장비도 길 한 모퉁이로 내동댕이쳐놨다.
해안가와 4차로 도로 하나를 두고 접해 있는 상가 4~5곳은 태풍 대비를 빈틈없이 준비했었다는 상인의 말과는 다르게 처참히 부서졌다. 이날 마린시티 상가 10여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한 상점 안에는 큰 돌과 도로 바닥에 고정됐던 연석 등이 파도에 휩쓸려 들어와 유리와 벽면을 모두 부숴놓았다. 인근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에도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와 쓰레기가 인근 도로와 상가 곳곳을 뒤덮었다. 광안리해수욕장 앞 고층 빌딩은 유리 외벽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는 펜스와 타일이 뽑힌 채 도로 위를 나뒹굴었다.
제주도에선 전신주가 두 동강이 났다. 강풍으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1만8000가구가 어둠 속에 큰 불편을 겪었고, 많은 비와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이 농경지를 덮치면서 크고 작은 농작물 피해를 봤다. 서귀포 새연교 앞 해녀의집 건물 일부가 부서져 식탁 등 집기류가 내동댕이쳐지고, 냉장고가 다리 인근까지 날아갔다.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제주에서 1만8053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고 부산과 울산(1만7784) 경남(1만1516)에서도 피해를 보았다. 경남의 경우 농작물 침수를 비롯한 피해 면적은 농작물 862.4㏊, 시설물 5.3㏊로 집계됐다. 벼 피해가 439.6㏊로 가장 많았고 배·사과 등 낙과와 나무 침수·쓰러짐 피해가 390.2㏊, 기타 채소와 밭작물 피해가 32.6㏊로 파악됐다. 경남 밀양에서는 강풍에 전신주 5주가 쓰러지고 남해에서는 한국전력 남해변전소가 침수됐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보고됐지만, 당초 우려보다는 크지 않았다.
부산=윤일선, 제주=문정임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