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산은)의 ‘부산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본점 부산 이전 선결 조건인 법 개정 절차가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과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부산 부지를 매입한 뒤 사옥 신축에 나서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부산행을 밀어붙이는 강석훈 산은 회장에 대한 노동조합 측 반발은 한층 격해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지부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오는 16일 예정된 총파업에서 ‘산은 본점 부산 이전 반대’를 최우선 현안 중 하나로 내세울 계획이다. 산은 노조원 400여명은 본점 8층 회장 집무실 앞 복도를 점거,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24시간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산은 내부에서는 강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 회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진해구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려면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조속히 추진해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사회까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노조원들은 강 회장이 소통에 소홀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강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당시 약속했던 노사 소통위원회 구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사측 입장과 계획을 알릴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24일 제1차 현안 설명회의 경우 산은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부산행에 필요한 ‘법률 설명회’에 그쳤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산은 관계자는 “강 회장이 취임식에서 했던 ‘구성원 목소리를 듣고 외부에 알리겠다’는 말은 이제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은 금융위원회 로드맵에 따라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우선 이달 중 수석 부행장 중심으로 운영하던 관련 태스크포스를 회장 직속으로 격상한다. 내년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내용의 산은법을 고치고 금융위와 국토교통부가 ‘산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 ‘산은 부산 이전 계획안’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의결한다. 내년 중 이전 대상 인력과 부지를 확정하고 사옥 신축에 돌입, 공사가 끝나는 시기에 부산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산은 내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른 산은 관계자는 “얼마 전 나온 본점 직원의 30%가량인 500여명을 인사 발령 형태로 부산에 내려보낸다는 얘기부터 이번 로드맵까지 내부에 공유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 “삶의 터전이 바뀌는 일인데 당사자 대부분은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도 투쟁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노조는 “당초 사흘 동안만 진행하려던 24시간 연좌 농성을 더 이어갈 예정”이라며 “강 회장 퇴진 집회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