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전도왕’ 박병선(73·순천순동교회 장로) 순천세계수석박물관 관장이 ‘수석왕’이 된 사연이 궁금했다. 박 장로는 전남 순천시 상사면 오실길 117-5 일대 약 9만9174㎡(3만여 평) 부지에 우주 삼라만상의 오묘함을 담은 진귀한 수석 8000여 점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수석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 장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석(壽石) 전문가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석박물관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세상의 희귀한 돌들을 수집해 창조 세계가 보여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주말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을 찾았다. 아담한 정자와 연못, 공룡 테마공원과 아늑한 호수공원, 비둘기들과 토끼들, 기린 가족과 백마, 메릴린 먼로와 비너스 조각상, 비단잉어 가족과 인어공주, 백조와 각종 수석, 조각상들, 300년 넘은 백일홍 나무, 500년 넘은 산수유나무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았다.
‘수석 기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한 박 장로는 수석 구매비용과 좌대 제작비용 200여 억을 포함해 350여 억에 달하는 순수 민간 자본을 투자해 건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관 시점은 내년 봄이다. 2023년 4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개최되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고려했다. 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세계수석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 순천만습지,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이 순천의 3대 관광명소로 각인돼 전 세계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계에서도 박 장로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신장 160㎝에 태권도가 공인 3단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권투선수처럼 샌드백을 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이팔청춘 못잖다. 말도 아주 빠르다. 그래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듯했다. 순천고와 광주대를 졸업한 박 장로는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순천시청에서 5급 사무관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박 관장의 수석 사랑은 20대부터다. 군입대 전 우연히 강가에서 주은 돌맹이 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수석에 대한 집념은 해가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전국과 세계를 돌며 소문난 수석은 눈에 보이는 대로 모았다. 좋은 수석을 사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2002년 예수 영접 후 수석박물관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박 장로는 수많은 수석 애호가들이 탐석(探石) 후에 얻어지는 기쁨의 소산이 바로 ‘일생일석’(一生一石)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말 못 하는 돌들이지만 닳고 닳은 시련기를 거쳐 새로운 광명의 세계로 나와 참된 주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박 장로는 반평생이 다 되도록 강과 바다와 산야를 다니며 건져보고 캐보고 주워보기도 하면서 하나님이 숨겨둔 보석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새벽기도를 하는 중에 ‘돌들의 증언’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박 장로는 이 돌들을 보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보라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이 돌이 들었음이라 그런즉 너희로 너희 하나님을 배반치 않게 하도록 이 돌이 증거가 되리라 하고”(수 24:27)
호가 운산(雲山)인 박 장로는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눅19:40)는 성경 말씀을 한 시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박 장로는 19년 전까지만 해도 불신자였다. 그는 27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2002년 명예퇴직하고, 이후 시의원에 출마해 전라남도 최다득표로 순천시 의원에 당선돼 순천시 발전과 순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기도 했다.
공무원 퇴직 후 부인 정은숙 권사의 전도로 처음 교회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순천시 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5개월 동안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 믿으라고 전도해 350명을 예수 그리스도의 품으로 인도한 일화로 유명하다.
박 장로는 뛰어난 수석을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는 “세상의 모든 모습이 돌에 표현돼 있다”며 “아무 움직임도 없는 단순한 돌이지만 우주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관장은 남은 생애를 순천세계수석박물관 관람객들에게 천지를 창조하시고 온 우주 만물을 다스리고 계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가 되는 일에 몰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수석에 새겨진 숲의 향기는 시들지 않고 변함없이 항상 그 모습대로 있다”며 “우리도 소처럼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계에 간절한 부탁이 있다고 했다.
“순천세계수석박물관 주변이 초·중·고교생들의 자연생태학습 체험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걱정이 있어요. 개발 호재를 이용한 무분별한 유흥업소가 난립하지 않도록 박물관 입구 등 인근 사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순천 3대 관광명소로” 12개 테마관 조성… 벌써부터 인파
4군자 등 진귀한 문양수석 볼거리
4군자 등 진귀한 문양수석 볼거리
박병선 장로는 반평생 모은 8000여 점 중 명석만을 골라 세계수석박물관 1관에서부터 12관까지 테마별로 전시할 계획이다. 풍경관, 애국관, 음식관, 식물관, 폭포관, 동물관, 민속관, 보석관, 기독관, 불교관, 성인관1·2 등 전체 12관이다.
박 장로는 순천만국가정원의 '꽃과 나무', 순천만의 '물'과 함께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의 '돌'이 순천의 3대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내년 봄 개관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은 아직 개관 전인데도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야외공원에는 민속공원, 쥬라기공원, 동물 조각공원, 비너스공원, 성예술공원, 동물체험장 등 12개관이 주제별로 갖춰져 있다. 실내외 12개 관씩 총 24개 관으로 완공된다.
박물관 야외 주변 4㎞의 둘레길을 고목 벚꽃과 매화나무, 단풍나무, 사과나무, 백일홍 터널로 조성하고 있다. 이른 봄부터 여름, 늦가을까지 계속 꽃이 피는 동산으로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야외 공원에는 조각 작품 300여 점과 300년 넘은 백일홍 나무, 500년 넘은 산수유나무, 70만 주, 관상수 1000여 그루 등이 식재돼 있다.
박물관은 현재 660㎡(약 200평) 규모로 천장에까지 돌이 쌓여 있어 걸어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곳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무늬를 가진 문양 수석이 많은 게 특징이다. 전시실은 4군자 등 화려한 꽃과 '십이지신' 12동물, 아라비아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진기한 돌로 가득 차 있다. 태극기와 우리나라 지도, 무궁화도 150여 점 있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순천만 갯벌과 철새, 'S자' 수로, 갈대밭과 칠면초 모습도 보인다.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 나는 모습,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낙안읍성과 각종 과일 문양, 강태공이 낚시하는 모습 등 경이로운 수석들이 끊임없이 보인다.
화가가 돌 위에 그림을 그린 듯 새겨진 각양각색의 문양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로움마저 준다. 태아부터 무덤까지 성장 단계, 십자가, 4계절, 바다, 동물 등 각종 생태계가 돌 안에 총집합해 있다. 돌 위에 그린 것 같아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실감 난다. 테마별로 나뉜 돌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도 문양이 선명해 쉽게 알아볼 수 있어 더 재미있어 하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물론 성인들만 볼 수 있는 '19금' 수석도 200여 점 있다. 특히 '애국관'에 전시된 한반도 지도 모양의 수석, 태극기와 역대 대통령 모양의 수석들도 감상할 수 있다.
순천=글·사진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