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동상면은 옛날 교통이 좋지 않아 접근이 어려운 첩첩산중이라 대한민국 8대 오지로 불렸다. 오지이기에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 안에 보물 같이 숨은 경치가 널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의 경계에 위치한 장군봉(738m)이다. 운장산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6㎞ 떨어져 있다. 남북으로 이어진 주능선이 서쪽에 있는 동상면 신월리 구수마을을 감싸고 있다.
구수마을에서 바라봤을 때 장군봉 정상 부근 거대한 암석들이 병풍처럼 연이어 둘러 있는 모양새가 장군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6·25전쟁 때에는 무장공비들의 주요 거점이 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구수마을은 ‘구수왜’로도 불린다. 구수란 구유, 소죽통을 의미한다. 마을이 마치 소의 구유처럼 생긴 곳에 있어서다.
장군봉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공수부대 유격훈련장이 있을 정도로 바위가 많고 험하다. 거대한 암릉 주변으로 크고 작은 바위를 품고 있다. 바위 구간 때문에 기차산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장군봉에 오르기 위해 등산객들이 줄줄이 밧줄에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이 기차를 닮아서다.
등산객들은 구수마을에서 출발해 장군봉을 거쳐 해골바위로 하산하는 원점회귀를 선호한다. 짜릿한 암릉 등반을 하면서 기기묘묘한 바위를 볼 수 있어서다. 가파른 바위 구간이 많아 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구수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장군봉 산행은 이정표와 등산 리본만 잘 따라가면 어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다. 해골바위만 보겠다면 해골바위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상에 서면 사면의 산들이 장쾌한 파노라마로 주변을 에워싼다. 남동 방향으로 운장산, 구봉산 능선이 뻗어 있다. 북쪽으로 북장군봉(724봉)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 천등산과 대둔산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길에서 장군봉의 명물 두꺼비바위를 만난다. 멀뚱멀뚱한 눈빛과 모양이 영락없다.
해골바위는 장군봉 산행길의 하이라이트다. 큰 바위 표면이 풍화작용에 의해 파인 타포니 지형이 마치 해골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에는 성인 2~3명이 들어갈 정도의 큰 구멍이 여럿 있다. 신묘하게도 해골 눈·코·입처럼 보인다.
해골바위는 원래 용이 무엇인가를 먹다가 남겨둔 바위라는 뜻의 ‘용 뜯어 먹은 바위’라고 불렸다. 바위 위에서 보면 용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고, 등에는 용 비늘과 등뼈 같은 흔적이 돌출돼 있다.
해골바위에서 10분 정도 내려서면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옛날 절을 짓기 위해 터를 닦았으나 현재 빈터로 남아 있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절터골’이다. 이곳에서 북장군봉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놓은 숨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높이 20m 쯤에서 수직 암반을 타고 내리꽂히는 거대한 ‘절터골 폭포’의 물줄기가 장쾌하다. 바로 아래 좁은 공간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다.
폭포에서 내려온 물은 동상저수지를 거쳐 대아저수지에 모였다가 만경강으로 흐른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대아저수지는 인공저수지임에도 자연스럽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가로수가 울창한 20㎞ 호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동트기 전 군무처럼 펼쳐지는 물안개는 선경이 따로 없다. 저물녘 서산을 넘어가는 해가 드리운 붉은 수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대아저수지에는 ‘대실’이라는 마을이 잠겨 있다. 대실(大實)은 큰 골짜기라는 의미에서 ‘큰골’의 한자 표기다. 일제강점기에 저수지를 막기 위해 마을을 옮겨 새로 이름 붙인 곳이 대아리다.
대아리에 대아수목원이 있다. 150㏊가 넘는 넓은 대지에 자생종을 비롯해 식재 및 원예종 등을 포함한 26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3~4월에는 튤립, 6~8월에는 백합꽃과 붓꽃류, 9~11월에는 상사화와 국화꽃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고산자연휴양림이 가깝다.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 등이 빽빽이 들어선 조림지와 활엽수, 기암절벽 등이 어우러져 호젓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휴양림 입구 고산문화공원에 조성된 무궁화 테마 식물원, 무궁화전시관, 만경강 수생생물체험과학관, 무궁화천문대는 자연 생태학습의 장으로 ‘완주맞춤’이다.
여행메모
해골바위 왕복 2.6㎞ 3시간 소요
와일드&로컬푸드축제 30일 개최
해골바위 왕복 2.6㎞ 3시간 소요
와일드&로컬푸드축제 30일 개최
장군봉 해골바위에 가기 위해서는 내비게이션에 ‘구수산장’ 또는 ‘전북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63’을 검색하면 된다. 마을 입구에 넓은 무료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장군봉~두꺼비바위~해골바위~주차장 원점회귀 산행코스는 약 8㎞로, 4시간가량 소요된다. 해골바위까지는 왕복 3시간(2.6㎞) 거리다.
폭포는 일대 지형을 잘 아는 현지인과 함께 가야 한다. 뚜렷한 길이 없는 데다 험난해 위험할 수 있다.
‘재밌는 완주, 맛있는 완주’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제10회 완주와일드&로컬푸드축제’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고산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열린다. ‘자연 친환경 체험과 건강한 로컬푸드 맛 체험’이라는 주제로 볏짚 놀이터&수상한 놀이터와 함께 메뚜기 잡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100인의 로컬 밥상과 딜리셔스 in 로컬푸드 쇼도 진행된다. 로컬푸드 판매장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농부 마당도 마련된다.
완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