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판매량 30% 뚝… 테슬라 ‘절대 강자’ 입지 흔들

입력 2022-09-07 04:03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뽐내던 테슬라가 심상찮다. 한국시장에서 판매량이 30% 가까이 뚝 떨어졌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성능 개선 없는 가격 인상, 경쟁 차량의 대거 등장 등이 테슬라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8월 한국에서 9899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4082대)보다 29.7%나 줄었다. 반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9만9803대로 1년 전(5만7990)보다 72.1% 증가했다.


테슬라가 주춤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자리한다. 가장 큰 요인은 가격 인상이다. 테슬라는 이렇다 할 성능 개선 없이 한국에서 올해에만 6차례 가격을 올렸다. 모델3 가격은 지난해 초 5479만원(스탠다드 기준)에서 현재 7034만원, 모델Y는 6999만원에서 9664만원으로 뛰었다. 전기차 보조금 100% 기준을 넘으면서 소비자의 실질 부담은 커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는 보조금 혜택을 충분히 누리다가 시장에 안착하자 가격을 올려 영업이익률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공급량을 줄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계약은 급감했지만 지금도 신차를 받으려면 6~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한국을 물량 배정 순위에서 뒤쪽으로 밀어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테슬라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지녔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수입 전기차가 20개를 넘는다. 모델3의 경쟁모델 폴스타2는 올해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1900대를 팔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모델Y와 같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벤츠 EQA(987대)도 선방했다. 올해 안에 폭스바겐 ID.4, 아우디 Q4 e-트론, 벤츠 EQE, BMW i7 등 신규 모델도 전기차 경쟁에 합류한다. 반면 테슬라는 오랫동안 신차 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도 테슬라 입지는 줄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모델3는 지난해 유럽에서 14만1221대 팔렸다. 2위 르노 조에(7만1579대)보다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를 합쳐 8만4368대를 판매해 현대자동차그룹 판매량(7만2836대)과 불과 1만1532대 차이를 보이는 데 그쳤다. 현대차가 유럽에 아이오닉6 수출을 시작하면 테슬라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달 유럽에 모델Y의 후륜구동 모델을 4만9990유로(약 6740만원)에 출시했다. 예상보다 싼 가격에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빠르게 추격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 친환경차 전 세계 판매량(57만5000대)에서도 중국 BYD(64만7000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BYD는 중국 내수시장의 확장, 테슬라에는 없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선전(31만4600대 판매)에 힘입었다. 매년 압도적 1위였던 테슬라가 밀린 걸 두고 업계에선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테슬라와 기존 완성차 간의 간극이 좁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