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때문에 귀촌이나 귀산촌에 대한 조언을 왕왕 요청받는다. 대개 농으로 넘기지만 정색하고 묻는 경우 몇 가지를 추천하는데, 그중 하나가 임야를 마련해 수목장숲을 경영하는 것이다. 숲에 살면서 숲의 어원인 ‘수(樹)+풀’을 가꾸고 더불어 망자를 모시는 일은 초고령사회에 가장 복된 복지사업이라는 게 내 논지다. 화장 비율(90%)이 매장(9%)보다 10배나 높아졌고, 수목장이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65%에 달한다. 숲을 지키는 환경 측면, 나무와 합일돼 자연으로 회귀하는 정서 측면, 비용 및 관리 측면이 그 이유다.
2000년 전후 개인 주도로 수목장을 도입한 스위스나 국가 주도의 독일이나 공통점은 같다. 수목장을 통해 숲을 지키는 것이다. 작은 표식을 제외하고는 시설을 금하고 숲과 생태계를 살리려 노력한다. 망자를 위해 숲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망자가 숲을 지킨다. 버려진 삼나무 조림지였던 일본 이와테현 쇼운지 지쇼인 수목장은 나무 팻말을 제외한 어떤 시설도 없이 음식물 반입조차 금하는 엄격한 관리를 통해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생태 공간으로 변모했다. 유골이 묻히면 나무 자체가 무덤이 돼 나무를 벨 수도 숲을 개발할 수도 없다는 원칙을 지킨다.
우리에겐 공동묘지의 오싹한 추억이지만 파리 페흐라세즈 묘역은 유명 관광지다. 뉴욕 브루클린 그린우드묘지공원은 1838년 개장 시 너른 잔디밭과 연못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이후 센트럴파크 태동에 기여했다. 서울시설공단도 기존 파주 용미리묘지공원을 봉안당과 수목장으로 전환해 향후 100년간 서울 시민의 장례 수요를 감당한다는 계획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삶터 가까운 산마다 야생화가 피고 지는 편안한 길과 개울을 갖춘 멋진 수목장숲을 원한다. 사회적 갈등이 크겠지만 살던 동네에서 합리적 비용으로 사랑하는 존재의 삶과 죽음을 기억한다면, 또 이로써 숲과 생태계도 지킨다면 여지는 있다. 아니, 나부터 정다운 우리 동네 숲속 나무 아래 눕는 소망을 품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