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포항, 경주와의 ‘해오름 동맹’ 협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 도시 모두 상생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해오름 동맹이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오름 동맹은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한 2016년에 결성됐다. 30분대 생활권으로 거듭난 3개 도시를 동해안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탄생한 행정협의체이다. 전국 최초의 도시연합 협력관계 모델이다. 한 도시 중심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은 부·울·경연합이나 대구·경북통합과 달리 상생모델이라는 점이 차별화된다.
해오름 동맹 세 도시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약 200만명이다. 경제 규모만도 95조원(2019년 지역내총생산 기준)에 달한다. 포항의 ‘소재’, 경주의 ‘부품’, 울산의 ‘최종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상호보완적인 산업생태계가 자동차나 조선 산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세 도시의 문화적 결합은 고래가 가장 상징적이다.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경주와 포항에도 고래바다가 있다. 경주시 감포 앞바다는 신라시대 이후 여러 역사책에 경해(鯨海)로 표기된다. 만파식적도 외뿔고래의 뿔이라는 설이 있다. 연오랑 세오녀는 포항에서 고래등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울산과 경주(감포) 포항 앞바다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고래의 바다’였다.
해오름 동맹은 출범 후 단체장뿐만 아니라 실무진 차원에서도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협력관계를 유지 해왔지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도출까진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김두겸 울산시장은 취임 후 여러 차례에 걸쳐 부·울·경연합보다 해오름동맹이 더 나은 선택지라는 확고한 입장을 나타내며 해오름 동맹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세 지역을 아우르는 신라권 공항건설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정도다.
경주시와 포항시도 해오름 동맹 강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는 울산 등 자동차 산업 관련 도시와의 광역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해오름 동맹 강화를 통해 산업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포항시도 해오름 동맹과 관련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실무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세 도시는 올 가을 ‘2022년 하반기 해오름 동맹 상생협의회 정기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울산, 포항, 경주의 민선 8기 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회의다. 이 자리에서 해오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울산시의 해오름 동맹 강화 전략은 ‘광역 대중교통망 확충’이다. 철도를 중심으로 대중교통망을 구축해 생활 교류를 확대하면서 진정한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을 잇는 동해남부선 광역전철을 신경주역을 지나 포항과 동대구역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을 영남권 주요 도시를 관통하는 초광역전철망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2025년 태화강역과 북울산역을 잇는 광역전철 연장사업이 마무리되면, 이후 북울산역~신경주 구간(37.7㎞, 사업비 848억원)을 1단계로 연장하고 2단계로 신경주~포항(36.9㎞, 835억원), 신경주~동대구(48㎞, 1082억원) 구간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울산과 경주를 잇는 ‘수소트램’ 건설도 추진한다. 울산 송정지구~경주 입실~불국사역까지 22.4㎞ 구간을 수소트램으로 연결해 등하교나 출퇴근 등 일상적으로 울산과 경주·포항을 오가는 이들을 위한 대중교통 노선을 만드는 사업이다. 동해안권 관광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2년 상반기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에서 신규사업으로 채택됐으며, 사업비는 약 2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울산시는 2025년 수립 예정인 철도 관련 정부 상위계획(국가철도망구축계획, 대도시권광역교통계획 등)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현재 경주, 포항시와 사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해오름 동맹 3개 도시는 도시 인프라, 산업·R&D, 문화·관광·교류 등 4개 분야 30개의 공동협력 사업도 추진 중이다. 9월에는 3년 만에 ‘해오름 동맹 벤처·창업기업 혁신 포럼’이 재개된다. 울산, 포항, 경주의 산업 지형에 맞는 우수 벤처기업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세 도시의 경제협력기반을 강화해 나간다.
해오름 관광 활성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오름동맹 관광실무협의회는 11월까지 ‘2022 해오름동맹도시 한 번에 한 주 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울산, 포항, 경주 세 도시 중 2개 이상의 도시에서 자유여행을 즐길 체험단을 모집해 최대 6박 7일의 체류비용을 지원하고, 여행 후기를 소셜미디어에 남기도록 하는 사업이다. 최근 각광받는 ‘한 달, 한 주 살기’의 체류형 관광 체험을 통해 해오름 도시의 참 매력을 발견하고 홍보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해오름 동맹의 남은 과제는 ‘특별연합’ 구성이다. 세 도시 간 상생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협의체인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를 넘어 법적 구속력을 지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이 관건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설립되면 견고한 업무연계와 종합적인 행정사무 처리가 가능하고, 국가 균형발전 예산확보 등 공동의 이익 창출도 한층 수월해진다.
울산시는 포항·경주에 가칭 ‘해오름연합시’ 설치를 제안한 상태이다. 포항과 경주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3개 도시 공동의 번영을 위한 특별연합 구성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포항·경주·울산 등 3개시가 맺은 동해남부권 해오름 동맹 상생협력관계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3개시 단체장들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해오름 동맹, 북방경제 거점 중심축 될 수 있어”
“해오름 동맹, 북방경제 거점 중심축 될 수 있어”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보이는 울산시가 경주 포항에는 ‘해오름연합시’까지 제안하면서 해오름동맹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지난 4월 정부로부터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승인을 받았지만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아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이 주춤거리는 근본 원인은 울산과 경남의 ‘부산 빨대효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김두겸(사진) 울산시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만남에서 “부산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통해 약 28조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을, 경남은 약 12조원이 투입되는 진해 신항만을 확보했지만 울산은 별다른 혜택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울·경 광역철도 개통은 3개 시도가 함께 누리는 혜택이지 울산만의 혜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시장은 “상대적으로 도시 기반이 취약한 울산 입장에서는 오히려 인접 도시로의 ‘경제 블랙홀 현상’을 걱정해야 한다”며 “울산도 부산, 경남에 버금가는 사회기반시설이나 서비스 산업이 유치돼야 한다. 그래야 부울경 메가시티가 당초 취지대로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주, 포항과 ‘해오름 동맹’을 강화하자고 제안한 것도 세 지역의 경제 기반을 단단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신라권 공항 건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포·경은 인구 200만명, 경제 규모 95조원으로 북방경제와 교역이 활성화 되는 시점에서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다. 김 시장은 “이들 도시가 뭉치면 지역 경쟁력도 부산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울 수 있고 해오름 동맹이 북방으로 향하는 경제 거점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