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가장 먼저 직접 영향권에 드는 제주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사전에 대피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제주도와 경남도, 부산시 등은 5일 최고 단계의 대응 태세인 비상 대응 3단계를 발령했고, 제주도와 부산, 경남도에선 위험지역 및 저지대 거주자 수천명이 태풍 상륙 전에 먼저 대피했다.
제주도에선 사흘만에 한라산 윗세오름에 최고 690㎜ 넘는 비가 내리는 등 도 전역에 계속 강한 비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졌고, 대정읍 신도리의 한 주택 지붕 위로 인근에 있던 나무가 쓰러졌다.
특히 강한 비바람으로 제주도에선 5일 밤 11시까지 모두 1845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힌남노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45m 높이의 서귀포항 인근 새연교 주탑을 집어삼키는 모습도 포착돼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해안도로 곳곳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로 점령당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성산구를 잇는 마창대교,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로도 6일 0시부터 전면 통제되는 등 남부지방 교량도 상당수 출입이 통제됐다.
엘시티, 마린시티 등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아파트 주변은 이른바 ‘빌딩풍’과 ‘월파’ 현상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빌딩은 바람이 높고 좁은 초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위력이 강해져 부는 바람으로, 주변보다 2배 강도로 돌풍이 분다. 고층에서 깨진 유리창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일으킨다.
빌딩풍은 힌남노보다 세력이 약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마린시티 일대에 유리창 파손 등의 피해를 남겼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당시 해운대 앞바다는 초속 23.4m 바람이 관측됐지만, 마린시티에서는 초속 36m, 엘시티에서는 초속 47.6m의 강풍이 기록됐다. 엘시티 인근 상인들은 “과거 큰 태풍 때는 엘시티가 없었는데,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감이 오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 해안가 저층 건물들은 파도가 넘어오는 월파(越波) 현상도 걱정이다. 해운대구 청사포와 미포, 마린시티 등의 저층 상가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린시티 상가들은 며칠 전부터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으며 월파에 대비했다. 청사포 상가들은 양식장 기둥을 고정하는 큰 돌로 상가 입구를 막았다.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 지역 주민과 업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남구와 동구 등에선 146가구 198명을 대피시켰다. 부산과 울산을 잇는 동해선 광역전철은 이날 밤 10시20분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전남도는 오후 2시 현재 반지하주택이 있는 5개 시·군 17가구를 긴급 대피 조치했다. 또 산사태 3곳·급경사지 2곳·공사장 인근 위험 현장 5곳 등 475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부산=윤일선, 제주=문정임 기자, 전국종합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