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초강세’에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국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13년5개월 만에 1370원선이 뚫렸고, 코스피는 장중 한때 2400 밑으로 추락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타격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달러당 137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을 앞두고는 1375.0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달 31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선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강달러 현상이 한층 뚜렷해진 탓이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외환 보유액도 감소세다. 지난 8월 말 기준 한국 외환 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한달 전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 보유액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7월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73포인트(0.24%) 내린 2403.68에 장을 마쳤다. 장중 2392.63까지 하락했다가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일부 줄였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7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에서 기관은 1339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64억원, 673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4.45포인트(1.84%) 내린 771.43에 거래를 마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최근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7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한국의 대외 건전성에 문제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장 안정에 주력했다. 추 부총리는 “대외 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적기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 깔린 불안감은 쉽게 해소될 기미가 없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이 0.7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달러 현상이 더 강해지고, 위안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외국인 매도세를 불러오고 외환 불안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