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달을 향한 여정에 나선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가 최근 작은 선물을 보내왔다. 지구로부터 124만㎞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와 달을 한 컷의 사진에 담아 전송해온 것이다. 미국의 보이저 1호가 태양계 경계에서 지구를 찍은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연상케 하는 뜻깊은 선물이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지난 6월 우주 궤도로 인공위성을 올려놨다. 독자적인 우주 운송 능력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한 걸음씩 차분히, 그리고 견고하게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다가가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1일 ‘우주경제 시대 대한민국이 그리는 뉴스페이스’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센터장, 송경민 ㈜케이티샛 대표가 참여했다. 이번 대담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에 한국도 본격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우주 시대는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로 우주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다.
△오 차관=누리호의 경우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발사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주적 우주개발 역량 확보라는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첨단과학기술의 총체다. 궁극적으로 국가산업 발전 및 기술 수준 향상에 기여한다.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목표 궤도에 안착하면 우주탐사 기술까지 확보하게 돼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개발에 도전하는 국가가 된다.
-우주기술이 우리 일상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송 대표=생각보다 많은 우주기술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위성을 띄워 서비스하는 통신과 관측, 항법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GPS(위성항법시스템)는 통상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시간정보다. 위성에 붙어 있는 원자시계가 정확한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같은 모든 전자기기의 정확한 작동이 가능하다. 지상 관측 영상은 적국의 무기 위치를 확인하는 등 군사적으로도 유용하지만 상업적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조 센터장=정보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시차가 없도록 정확한 GPS를 갖추는 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GPS가 멈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 비행기가 날지 못하고 국제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기상정보 역시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우주기술이다. 우리는 눈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우주와 계속 연결돼 있다.
△오 차관=정부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한국형 GPS, 즉 ‘KPS’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군사용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량,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미래형 교통수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위치정보가 1m만 차이가 나도 차량의 실제 위치가 바뀔 수 있다. 또한 5G를 넘어 6G 통신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저궤도 위성이 떠 있어야 한다.
-뉴스페이스 시대가 다가온다. 국내 우주산업은 어디까지 왔나.
△송 대표=미국은 저궤도 산업을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고 있다. 위성을 더 저렴하게, 더 작게 만드는 기술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민간 영역에서 발사체를 제작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직 시작 단계다. 다만 여러 스타트업이 나오면서 뉴스페이스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오 차관=누리호 발사에만 국내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여기에서 얻은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산업이 갖는 의미가 있다. 자체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면 충분히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형 발사체와 위성 중점기술 국산화를 추진하는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 등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국민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인데.
△조 센터장=앞으로 몇 번 더 발사체를 발사하면 처음과 같은 환호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 관심을 유발하는 지속가능한 우주산업이 무엇인가 찾아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선 화성 탐사선에 넣을 수 있는 여권을 만드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발사체·위성 개발 중심이 아닌 활용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송 대표=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가 왜 우주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됐을까. 아폴로 11호 우주인이 달을 걷는 모습에 더해 스타워즈 같은 문화 콘텐츠 영향이 컸다. 우리도 문화적 측면에서 우주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면 머스크나 베이조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누리호나 다누리 발사를 계기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해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 차관=우주는 자원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 선진국이 발견한 지식의 수혜만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일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는 자긍심을 줬다. 앞으로 왜 막대한 돈을 들여 우주에 나가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 도중에 실패도, 좌절도 있을 것이다. 넘어져도 등을 두드려 일으켜주는 응원이 우리가 우주로 가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정리=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