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으로 꼽히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K드라마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은 게스트상·스턴트퍼포먼스상·시각효과상·프로덕션디자인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오징어게임’은 수상한 부문 외에도 주제가상과 촬영상, 편집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었다.
드라마에서 지영 역을 맡은 이유미는 드라마 부문 여우단연상(게스트상)을 거머쥐었다. 이 상은 작품에서 비중이 러닝타임 5% 이상, 50% 이내에 해당하는 배우들을 대상으로 주는 상이다. 이유미는 ‘오징어게임’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에도 출연하며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오징어게임’에서 지영은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을 일삼았던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하자마자 게임에 참가한 인물이다. 새벽(정호연)과 짝을 이루며 상금이나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는 염세주의적인 태도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 받았다.
‘석세션’(HBO)의 호프 데이비스와 해리엇 월터, ‘유포리아’(HBO)의 마사 켈리 등을 제치고 이유미가 수상한 데 이어 스태프 부문 수상에 성공하면서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연기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등 6개 주요 부문을 시상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은 12일 열린다. ‘오징어게임’은 작품상을 두고 ‘석세션’ ‘유포리아’ ‘베터 콜 사울’(AMC) ‘세브란스: 단절’(애플TV+) ‘기묘한 이야기’(넷플릭스) ‘오자크’(넷플릭스) ‘옐로우재킷’(AMC) 등과 경쟁을 펼친다.
남우주연상 후보 이정재는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 제레미 스트롱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만, ‘세브란스: 단절’의 아담 스콧 등과 경쟁한다.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오영수와 박해수는 ‘석세션’ 키에란 컬킨, 매슈 맥퍼디언, 니콜라스 브라운, ‘더 모닝쇼’(애플TV플러스) 빌리 크루덥 등과 경쟁한다. 앞서 오영수는 골든글로브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정호연은 ‘오자크’ 줄리아 가너, ‘석세션’ 사라 스누크 등과 경쟁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에미상 수상을 통해 ‘오징어게임’이 서구권에서 ‘잘 만든 시리즈’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실해졌다”면서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한국 제작진의 할리우드 등 해외 활동이 늘어나고 K콘텐츠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석희 평론가는 “작품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그 동안 좋은 국내 작품들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했는데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물꼬가 트였다”면서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K팝 등이 꾸준히 뒷받침이 돼 왔다. 대중문화계가 열심히 노력해서 쌓아온 것들이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최예슬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