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의당의 위기

입력 2022-09-06 04:10

2017년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1만표(6.17%)를 얻었다. 후보 중 5위였지만, 역대 진보정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이었다. 이전까지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외쳤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2002년 대선에서 얻었던 96만표(3.93%)였다. 심 후보는 지난 3월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80만표(2.37%) 득표에 그쳤다. 정의당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191명의 후보자를 냈다. 그러나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7명만이 당선됐다. 4년 전 7회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26명을 배출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였다. 원외정당이자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에도 밀렸다.

위기에 빠진 정의당이 4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안에 대한 당원 총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전체 선거권자 1만7057명 중 7560명(42.10%)이 참여해 찬성 40.75%, 반대 59.25%를 기록했다. 비례대표 의원 5명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쇄신과 혁신을 다짐했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도 ‘혁신 재창당’을 말했다.

혁신과 쇄신을 말하지만, 정의당의 앞길은 밝지 않다. 당 안팎에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왔다. 노회찬·심상정을 이을 대표선수의 부재, 조국 사태와 검수완박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중대로 전락한 국회 전략 실패,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지자 행보, 노동계와의 분리 등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얻어 진보정당으론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세력을 중심으로 창당한 게 정의당이다. 20대와 21대 총선에서 6석을 확보하며 진보정당의 맥을 이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의 본질은 정체성의 혼란이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구호는 민주당에 빼앗겼고, 노동의 변화, 기후위기, 페미니즘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누구를 대변하고 있으며, 무엇을 주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