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현장 행사로 돌아온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2022)’가 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올해 IFA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보였다. 스마트홈 기술을 필두로 한 ‘연결성’, 전력 효율 향상과 환경보호 가치를 담은 ‘친환경’이 그것이다. 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중국의 약진도 돋보였다. 한국보다 늘 두세 걸음 처진 듯했던 중국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유럽 가전 시장의 ‘핵심 선수’로 떠올랐다.
IFA 2022에 참여한 글로벌 가전 기업들은 기기 간 연결 기술로 ‘소비자 편의성’ ‘고객 경험’을 높이는 제품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수요 절벽을 맞은 가전 시장에서 기업 간 경계를 허물고 협업을 강조하는 트렌드도 노출했다.
HCA 시연회장에서는 독일 가전 브랜드 ‘그룬딕’과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오븐 등을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작동하는 시연회가 열렸다. HCA는 스마트홈 생태계 확대를 위해 지난해 출범한 비영리 단체다. 소비자가 하나의 스마트홈 플랫폼 앱으로 제조사와 상관없이 모든 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연결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아르첼리크 등 13개 글로벌 가전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결성에 초점을 맞춰 전시장을 운영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 업체 밀레는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아마존, 구글, 마젠타(Magenta), 스마피(Smappee) 등 제3자 스마트홈 플랫폼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IFA 2022 기조연설에 나섰던 미국 반도체 가업 퀄컴은 메타(옛 페이스북)·보스와 각각 협약을 맺었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친환경 기술’도 올해 IFA의 핵심 주제였다.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해주는 제품이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밀레, 보쉬, 지멘스 등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생활가전을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소비자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직접 확인해 스스로 절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스마트홈 기술도 내세웠다.
‘그린 가전’도 화려하게 등장했다. 식물 가전은 유럽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LG전자 ‘틔운’뿐 아니라 밀레의 ‘플랜트큐브’, 보쉬의 ‘스마트 그로 라이프’가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미세플라스틱을 걸러 바다 오염을 막아주는 세탁기는 삼성전자, 독일 그룬딕, 터키 베스텔 등에서 내놓았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년 동안 열릴 IFA에서 지속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 담긴 ‘그린 혁신 제품’이 대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전시장을 운영하며 시장 확대에 뛰어들었다. 보급형 제품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프리미엄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생활가전 1위 하이얼은 초고가 브랜드 ‘카사떼’를 전시했다. 중국 최대 TV 회사인 TCL은 부스 곳곳에 울트라 슬림 8K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프리미엄 제품을 내걸었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 ‘노바 프로’를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내놨다.
중국의 공세로 한국 기업과의 치열한 ‘광고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LG전자 전시장 외부에는 TCL의 대형 광고판이 붙었다. LG전자 관계자는 “행사를 앞두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대형 광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단독 전시장 옆 건물에는 하이얼 광고가 내걸리기도 했다. 전시회를 찾은 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선 자국 제품이 아니면 사용하는 가전의 국적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이 이런 점을 노리고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려고 상당한 노력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베를린=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