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 항공편·여객선 무더기 결항… 전국이 비상체제

입력 2022-09-05 04:08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전국 각지에서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가 이뤄졌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는 모습, 마산합포구 한 상가 앞에 쌓여 있는 모래주머니(왼쪽부터). 마산합포구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보았다. 연합뉴스

역대급 태풍으로 진화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초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전국 각 항구의 부두는 대피한 선박들로 가득 찼고, 수확을 앞둔 농민들은 과일 고정 작업을 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배수장, 침수피해 우려지역, 교량, 하천변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가공할 위력을 지닌 태풍이 상륙하는 만큼 전국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주요 산림시설과 국립공원 이용은 전면 통제됐다. 산림청은 4일 오후부터 전국 주요 등산로와 숲길 등 야외이용시설을 전면 폐쇄했다. 설악산과 오대산, 지리산 등 전국 22개 국립공원 탐방로도 출입이 통제됐다. 국립자연휴양림 등 산림복지시설도 5~6일 이틀간 운영을 중단하도록 했다.

제주에선 힌남노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일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한라산 진달래밭 330.5㎜, 삼각봉 331㎜의 폭우가 쏟아졌다. 서귀포시에선 주택 마당과 상가, 과수원이 침수됐다. 제주 항구와 포구에는 이날 오후 현재 각종 선박 1949척이 대피했다. 제주국제공항은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과 제주 지역의 항공편과 여객선도 무더기 결항한다. 대한항공은 5일 오후 1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제주발 국내선 항공편 40여편을 전면 결항한다. 부산에서 제주·김포를 오가는 항공편도 5일 오후를 기점으로 대부분 결항한다. 바닷길은 일찌감치 끊겼다. 4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11개 항로 17척 중 한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결항했다. 부산은 5일 0시부터 선박 입·출항을 전면 금지하는 ‘포트 클로징’을 실시했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 대피도 이뤄졌다.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오전부터 대피를 시작했다. 2016년 차바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던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상점은 도로에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울산의 주요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2일부터 수출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완성차 등 5000여대를 안전지대로 이동시켰다.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등은 건조가 끝났거나 시운전 중인 선박 9척을 서해로 피항시켰다.

강원 강릉 등 동해안 6개 시·군은 어항 내 정박 중인 어선을 인근 항으로 피항하거나 선박 결박을 통해 보호하고 소형어선은 육지로 인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국 원자력발전소의 출력감소 등 4단계 조치방안을 결정하고 모든 원전의 비상전력원 성능시험에 나섰다.

침수를 막기 위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지하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차수막. 이한결 기자

서울시는 지난달 폭우 피해가 심했던 강남·동작·서초·영등포·관악·구로구 등 1만7000여 침수피해 가구에 모래 마대 17만여대 등 침수방지시설을 추가 설치했다. 반지하주택 등 침수취약지역엔 공무원과 지역자율방재단 등을 투입해 대피를 돕도록 했다.

전국적으로 각종 축제 및 행사도 잇따라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서울시는 4일 밤 9시까지 예정됐던 ‘서울 스트릿패션 여행주간’을 오후 6시로 단축했다. 충주댐 방류로 ‘차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도 취소했다. 강원 춘천에서도 4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와 춘천인형극제의 일정을 하루 앞당겨 3일 폐막했다.

전희진 강준구 서승진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