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차도 날릴 위력… 창틀 막고 하수구 열어야

입력 2022-09-05 00:03
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도로가 비로 침수된 모습. 한라일보 제공

초강력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위력은 대형 크레인을 쓰러뜨리거나 소형 자동차 크기의 바위를 날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대비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힌남노가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발생시킨 1959년 사라,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태풍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루사 때는 209명이 숨지고 37명이 실종됐으며 6만308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매미는 사망 119명, 실종 12명 등의 인명 피해와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낳았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4일 “현재 힌남노는 사라나 매미보다 규모가 크고 강도도 더 센 모습”이라며 “우리가 지금 예상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6일 오전 9시쯤 부산 북북서쪽 20㎞ 지점에 상륙할 때 최대풍속은 초속 43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최대풍속이 초속 44m 이상 54m 미만이면 ‘매우 강’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강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낡은 기왓장이 날아가며 튼튼하지 않은 벽은 붕괴될 수 있는 강도”라며 “최대풍속이 초속 60m에 이르렀던 매미처럼 상륙 지점에는 순간적으로 풍속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러면 그 당시처럼 크레인이 무너지거나 소형 자동차 크기의 바위가 날아가는 등의 큰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이 4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이동 예상경로를 가리키고 있다. 최현규 기자

한반도 상륙 시 해수면도 높아 해안가에는 강한 파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10m의 집채만 한 파도가 칠 수 있어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지난달 중부지방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맞먹는 ‘물폭탄’도 전국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전국에선 시간당 50~10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을 최소화하고 하수구와 집 주변 배수구를 미리 점검해 막혀 있다면 뚫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틀에 테이프를 붙이고 종이 등을 끼워 고정하고, 유리창 깨짐방지 안전필름 등을 붙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아무리 대비하더라도 간판이 날아들거나 공사장 거푸집이 무너지는 등의 불가항력적인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외출을 삼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브리핑에서 과거 루사·매미 등의 피해 규모를 언급하며 “이 숫자들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 있다”며 “슬픔과 회한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주시길 바란다.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무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양한주 박민지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