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6일 소환 통보에 응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에 출석할 경우 당당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으나 추석 연휴 내내 TV를 통해 검찰 출석 장면이 방영되는 것이 부담이다. 그렇다고 검찰에 나가지 않는다면,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 검찰 수사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공세가 걱정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출석과 불출석’이라는 양 갈래 길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해도 후폭풍이 일 수 있어 장고를 계속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지 여부를 놓고 민주당과 자신이 정치적 타격을 조금이라도 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출석과 불출석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이 대표에게 6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1일 통보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소환 통보 직후엔 불출석 기류가 강했지만, 지금은 출석하는 선택지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법률가인 이 대표는 검찰이 제기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법리적으로 매우 부실하다고 보기 때문에 검찰 소환에 당당히 응해서 조목조목 따지고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친이재명)계인 다른 의원도 “말도 안 되는 의혹이지만, 이 대표는 회피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한다”며 “만약 불출석하면 두려워서 피하는 것처럼 국민에게 보일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반면 최고위원 상당수는 검찰 출석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원하는 것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얘기가 추석 내내 밥상에 오르내리는 것 아니겠냐”며 “이 대표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검찰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한 최고위원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반드시 응할 이유는 없다”면서 “이 대표가 서면 조사에도 착실히 응해왔기 때문에 출석하지 않아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와 출석을 연관시키는 분석도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충분히 소명하고 불기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출석해도 나쁘지 않다는 당내 여론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환조사가 그저 요식 행위라면 굳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거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출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와 관련해 “5일 의원총회에서 정치탄압에 대한 당의 총의를 모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원총회라는 형식을 통하는 것은 이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은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 민주당 다수 의원의 뜻이라는 명분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