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후 둔화하고 있지만 외식 물가 오름세는 여전하다. 29년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외식 물가 영향으로 아예 소비하지 않는 ‘무지출’이 유행으로 자리 잡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꽉 닫혔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상승했다. 39개 외식 조사 품목 중 30개 품목의 가격이 1년 전보다 올랐다.
가격 상승 폭도 컸다. 1년 새 가격이 10% 이상 오른 외식 품목이 14개에 달한다.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라면(11.2%)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메뉴로 꼽히던 외식 메뉴가 대부분 가격이 올랐다. 치킨(11.4%) 삼겹살(11.2%) 피자(10.1%) 등 ‘국민 외식’ 품목의 가격 상승도 두드러졌다.
7월과 비교해 지난달 가격이 하락한 외식 메뉴는 커피(-0.1%)와 기타 음료(-0.1%)뿐이다. 그 외 37개 품목 모두 한 달 사이에 가격 인상이 추가로 이뤄졌다. 거의 모든 외식 메뉴가 7월보다 비싸진 셈이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하지만 이미 7월까지 물가 상승이 가파르게 이뤄져 실질적 하락폭 체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식비 부담이 심화하자 소비자들은 아예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학생, 사회 초년생이 대다수인 20대와 30대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다. 돈을 전혀 쓰지 않고 하루를 버틴 뒤 이를 SNS에 인증한다. 이들은 점심을 사 먹는 대신 아침 일찍 도시락을 챙기고, 식사 후 카페에 가지 않고 탕비실에 구비된 믹스 커피를 마신다.
‘냉파’(냉장고 파먹기) 유행도 비슷한 맥락이다. 채소(27.9%) 과실(9.4%) 가공식품(8.4%)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장보기가 부담스러워지자 소비자들은 장보기를 포기했다. 대신 기존에 구매한 재료들만으로 식사를 꾸리는 챌린지가 시작됐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통계적으로도 반영돼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8로 집계됐다.
이달 본격화한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식비 부담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동원 F&B는 지난 1일 요구르트 가격을 11.1%, 치즈 가격을 23.4% 인상했다. 하림과 사조대림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닭가슴살 제품의 가격을 각각 12.1%, 8.8% 올렸다. 농심도 이달 15일부터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